캘리포니아 자택서 가족 곁에 두고 눈감아…사인은 비공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부터 패션 아이콘까지…세대를 아우른 할리우드 전설

배우 다이앤 키튼. AP 연합뉴스
배우 다이앤 키튼. AP 연합뉴스

영화 ‘애니 홀’과 ‘대부’ 시리즈로 사랑받은 미국 배우 다이앤 키튼이 11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 향년 79세.

미국 연예 매체 피플은 유족 대변인을 인용해 “키튼이 사랑하는 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눈을 감았다”고 전했다. 사인은 공개되지 않았다. 유족 측은 “슬픔 속에 있으며, 사생활 보호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1946년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난 키튼은 뉴욕에서 연기를 공부한 뒤 1968년 브로드웨이 뮤지컬 ‘헤어’로 데뷔했고, 1970년 ‘러버스 앤 어더 스트레인저’로 스크린에 진출했다.

그를 세계적으로 알린 작품은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대부’(1972)였다. 알 파치노가 연기한 마이클 콜레오네의 연인이자 아내 케이 애덤스를 맡았고, ‘대부 2’(1974), ‘대부 3’(1990)까지 시리즈에 출연했다.

키튼은 우디 앨런 감독과 연인 관계였던 1970년대, ‘잠꾸러기’(1973), ‘사랑과 죽음’(1975) 등을 함께했다. 정점을 찍은 작품은 1977년작 ‘애니 홀’로, 영화 제목은 키튼의 본명 ‘홀’과 별명 ‘애니’를 따 지었다.

‘애니 홀’에서 그는 자유롭고 매력적인 연인을 연기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골든글로브, 영국 아카데미상(BAFTA)을 받았다. 이후 ‘레즈’(1981), ‘마빈의 방’(1996),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2004)로 세 차례 더 오스카 후보에 올랐다.

배우 외에도 다큐멘터리 ‘헤븐’(1987)으로 감독 데뷔했고, 드라마 ‘트윈 픽스’ 연출로 에미상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사진작가로도 활동했으며, 2023년에는 스타일 철학을 담은 책 『패션 퍼스트』를 냈다.

‘애니 홀’에서 선보인 중절모, 조끼, 통 넓은 바지 등 남성복 스타일은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고, 터틀넥·장갑·벨트 등 자신만의 감각을 평생 유지했다.

우디 앨런, 알 파치노, 워런 비티 등과의 열애로 화제를 모았지만 결혼은 하지 않았다. 대신 50세 이후 입양한 딸 덱스터, 아들 듀크와 가족을 이뤘다. 그는 생전 “결혼하지 않은 게 오히려 다행”이라며 “내겐 아내보다 어머니로서의 삶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2019년 피플과의 인터뷰에선 “나이가 들어도 현명해지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아무것도 모른다”고 말했고, 2022년 행사에선 “이 자리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행운”이라며 자신을 낮췄다.

동료 배우 베트 미들러는 그를 “경쟁심도 없고 위선도 없는 완전히 독보적인 사람”이라 했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그는 하나뿐인 존재였다”며 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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