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시 366개 경로당 중 8곳만 설치… “노인 안전은 뒷전인가” 비판 확산

지역의 응급의료 안전망이 취약한 가운데, 행정의 무관심과 예산 구조의 한계가 맞물리며 경로당은 여전히 응급 대응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본보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영주시에는 총 366개의 경로당이 운영 중이지만 자동심장충격기가 설치된 곳은 단 8곳에 불과하다. 전체의 2% 수준이다.
경로당을 주로 이용하는 어르신들은 심혈관계 질환 등으로 응급상황 발생 가능성이 높은 연령대임에도, 시의 대응은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휴천동의 한 경로당을 찾은 A 어르신은 “나이가 들수록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른다”며 “응급장비라도 있으면 안심이 될 텐데, 설치조차 안 돼 있다는 게 서운하다”고 말했다.
문제의 근본에는 ‘의무가 아닌 권고’라는 제도적 허점이 자리하고 있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상 자동심장충격기 설치 의무 대상은 공공의료기관, 구급차, 공항, 여객선, 다중이용시설 등으로 한정돼 있으며, 경로당은 해당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지방자치단체가 자체 예산으로 장비를 보급하지 않으면 사실상 설치가 불가능한 구조다.
영주시는 2016년부터 매년 약 200만원의 예산으로 한두 곳에만 장비를 보급해 왔다. 시 관계자는 “예산이 한정돼 있어 매년 순차적으로 설치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매년 1~2곳 수준의 보급으로는 실질적인 개선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영주시에는 관공서, 우체국, 다중이용시설, 관광지, 대형아파트 등에 총 285대의 자동심장충격기가 설치돼 있다. 그러나 정작 고령층이 가장 많이 모이는 경로당에는 장비가 턱없이 부족하다.
더욱이 일부 경로당에서는 장비가 설치돼 있어도 사용법을 몰라 사실상 ‘전시용’으로 방치되는 사례도 있어, 장비 보급과 함께 정기적인 교육·점검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지역 주민들은 “노인 안전 문제는 단순한 장비 보급을 넘어 행정의 의지와 예산 우선순위의 문제”라며 “시가 진정으로 고령화 사회를 대비한다면, 응급의료 체계부터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