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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힘은 고운 한글에서 시작된다.” 한국 현대시조의 독보적 장인 문무학 시조시인이 열한번째 시조집 세종의 처방전’을 한글날에 선보이며, 현대사회에서 한글과 고운 언어의 중요성을 다시금 강조했다.

이번 시조집은 한글 자모를 소재로 한 1부 첫소리, 2부 가운뎃소리, 3부 끝소리 로 나눠 총 86편이 단시조로 담겨 있다.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현대 사회에 거칠어진 말들이 넘쳐나 안타깝다”며, 한글 초성·중성·종성 등 소리를 소재로 고운 말과 글쓰기의 중요성을 전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수록 시조 일부에서는 “깔끔 깨끗 한글에 쌍기역이 많은 것은 / 기역 한 번 써서는 모자라기 때문이다”와 같이 한글의 소리를 세밀하게 활용한 표현이 눈길을 끈다.
작가는 시인의 말에서 “‘훈민정음’ 서문 풍으로 나랏말씀에 이 나라 저 나라 말이 섞이고, 지나치게 줄여 쓰며, 듣기 거북하게 거칠어져서 서로 잘 통하지 않게 되었다. 이런 까닭에 사람들이 곱고 바르게 전하고자 하는 뜻이 있어도 온전히 전하지 못하는 일이 많아졌다. 말이 흉해지면 세상이 흉해질지니 이를 두고만 볼 수 없어 일만 일천일백일흔 두 자의 글자를 쓸 수 있는 첫소리 열아홉, 가운데소리 스물하나, 끝소리 스물여덟을 글감으로 예순여덟 수의 시조를 지어 처방하노니 누구나 읽고 느껴 날로 바르고 고운 한글 쓰기를 자랑스럽게 하고자 할 따름이니라. ”고 밝혔다.
문학평론가 박진임은 해설에서 시인을 “한국 현대시조를 지키는 믿음직한 목수”라고 평가하며, 전통 계승과 시대정신 반영을 동시에 수행하는 시인으로 소개했다. 박 평론가는 “문 시조인은 훼손된 말의 결을 어루만지면서도 전통의 고운 모습을 유지하는 능력을 갖춘 예외적 시인”이라고 덧붙였다.
문무학 시조인은 1980년 ‘시조문학’에 시조 「회소곡」을 발표하며 문단에 데뷔했고, 이후 다수 신인상과 작품 천료를 거쳐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이번 시집에서는 전통 시조의 맥을 이어가면서도 현대인의 언어 감각과 시대적 정서를 반영한 시편을 만나볼 수 있다.
‘세종의 처방전’은 한글과 시조에 관심 있는 독자뿐 아니라, 현대 언어와 전통 문학의 매력을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도 흥미로운 작품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