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연중(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장)
김치냉장고는 금성사의 발명품이다. 시대를 앞서간 디자인과 기능이 선정이유였다. 관련 산업재산권은‘20-1983-0003844 (등록 20-0030178) 냉장고 횡 방향 결합장치’였다. 1981년 당시 가전 3사인 삼성전자·대한전선·금성사의 냉장고 판매 경쟁은 절정을 이루었다. 삼성전자와 대한전선이 절전형 냉장고를 발명했다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며 그동안 경쟁에서 우위를 지키던 금성사가 수세에 몰리면서 시장 판도에 변화가 왔다.
그래서 금성사는 한국형 냉장고를 발명하게 되었다. 금성사는 더 나아가 1984년 3월 플라스틱 김치통 4개가 들어가는 김치냉장고(GR063)를 출시했다. 브랜드 이름 자체가 ‘김치냉장고’였다. 45L 용량에 플라스틱 김치통 4개 즉 김치 18kg을 보관할 수 있었는데 지금의 대형 김치냉장고를 생각하면 실로 아담한 크기라고 할 수 있다. 금성사는 광고를 통해 ‘기술의 금성이 주부님께 드리는 또 하나의 만족, 국내 최초의 김치 냉장고 탄생’을 내세우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하지만 이 제품의 판매량은 그리 많지 않았다. 당시 주부들에게는 ‘김치는 항아리에 보관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강했기 때문이었다. 참고로 김치냉장고는 이로부터 10여 년이 흐른 후 만도가 ‘딤채’를 발명하면서 전국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DRAM 반도체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의 발명품이다. 첨단 기술로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라선 것이 선정이유였다. 관련 산업재산권은‘10-1993-0016119(등록 10-0113650) 다이나믹 램셀의 제조방법’ 등 다수였다.
DRAM 반도체 개발은 메모리 용량이 증가할수록 더욱 정교한 기술을 필요로 하는 첨단 기술이었다. 대신 기술이 발명되기만 하면 생산 수율이 크게 올라가기 때문에 가격을 낮추고 수출에서 이익을 선점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세계 최초 64M DRAM 발명은 노동 집약적이고 자본 집약적이던 수출 산업 구조를 기술 집약적인 산업으로 변모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우리나라의 DRAM 반도체 발명은 1983년 12월 64K DRAM 자체 발명에 성공하여 기틀을 마련했다. 이후 256K DRAM, 1M DRAM, 4M DRAM 발명하여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64M ․ 256M ․ 1G ․ 4G DRAM의 세계 최초 상용화를 이루었다. DRAM 발명은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를 최단기간 내 이겨낸 성과물로 인정받았다.
80~90년대 이러한 성과는 우리나라가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점유율 으뜸을 지키는 밑거름이 되었다. 반도체 산업은 정보통신 기반을 구축하고 산업을 육성했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후발주자였으나 세계 최초 64M DRAM의 발명과 함께 세계 최초 초고집적 반도체 제조기술 보유국가로 성장했다.
CDMA 첫 상용화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이루어졌다. 선정이유는 CDMA 강국 대한민국의 탄생이었다. 관련 산업재산권은‘10-1994-0034383 (등록 10-0129138) 이동통신 시스템의 셀 구성방법’과 ‘10-1996-0014058 (등록 10-0176107) 코드분할다중접속 기지국의 호 할당방법 ’등 다수였다.
세계 이동통신 역사의 신화로 일컬어지는 CDMA 방식은 미국에서 군 통신기술로 연구되었다. 우리나라가 이동통신 산업에 뛰어든 것은 1984년 한국이동통신서비스주식회사가 처음으로 차량 전화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1세대 이동통신 서비스가 시작되었다.
1991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CDMA 원천기술을 보유한 미국의 퀄컴사와 기술 협력 계약을 체결하고 연구개발에 착수하여 1996년 1월 3일 세계 최초로 2세대 디지털 이동통신 방식인 CDMA 상용화에 성공했다. 그리고 그해 4월 서울 등 수도권 지역으로 CDMA 서비스가 확산되어 상용화 9개월여 만에 전국 주요 도시에 디지털 이동전화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었다. 참고로 1989년 체신부가 디지털 이동통신 시스템 발명을 국책과제로 선정하고 CDMA 발명에 착수한 결과였다.
모두 오래전 사례지만 살펴보면 신바람이 난다. 필자가 온고지신의 사례로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