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가숙 작가

질문을 조금 다르게 해서 물어볼까요? “손금에서 좋은 손은 어떤 손입니까?”, “남자는 책임감이 강한 단단하게 생긴 손이고, 여자는 살결이 곱고 부드럽고 사랑이 넘치는 손입니다.”
“조상 복이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조상 복에 대해 반신반의 합니다. 조상 복이 정말 있는지 없는지 보이지 않으니까 더 궁금해 합니다. 그러면서도 바쁜 세상을 들먹거리며 조상을 위해 해 준 것도 없으면서 공짜로 조상 복을 받기를 원합니다.
조상 복에 대해 설명해 드리자면, 엄지 밑에 볼록한 부분을 금성구라고 부릅니다. 좋은 뜻으로는 부부의 애정, 성욕, 건강, 행복한 사랑, 친족관계로 볼 수 있습니다.
금성구에 가느다란 가로줄 서너 개가 있으면 복이 많아서 행복한 결혼 대상자라 부르고, 고리가 있거나 살집이 없거나 색이 나쁘면 조상 복이 없다고 말하고, 붉은 반점이 생기면 건강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합니다.
나쁜 뜻으로는 변덕스러움, 만성질환, 우울증을 얘기하기도 합니다.
어린 아기들은 말을 할 줄 몰라서 울음으로 대신 자신의 뜻을 전달합니다. 아기가 배가 고프거나, 대소변을 보거나, 몸이 아프면, 엄마는 아기의 울음소리를 듣고 불편함을 해결해 줍니다. 아기가 자라서 어른이 되면 울 수 있는 기회가 적어집니다. 운다는 것은,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감정을 눈물로 표현하는 것인데, 이 눈물을 가슴속에 담아두고 참고 참으면 썩어서 병이 됩니다.
“무조건 참아라.” 철이 들고 나서부터 무조건 참으라는 말을 듣고 자라 참다보니, 어른이 되어서도 억눌린 분노를 표출하지 못해서 생긴 질병을 흔히 홧병이라고 부르지요. 드라마에서 홧병을 표현할 때 주먹을 쥐고 가슴을 치는 것으로 표현하는데 마음에 병이 났을 때 어떻게 하면 좋을지 지금부터 내가 아는 지인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친하게 지내는 지인의 남편은 남에게 싫은 소리를 못하는 마음이 여린 분이십니다. 칠순을 눈앞에 두고도 얼굴에 주름이 없고 세상 근심 걱정을 모르는 듯 염색을 안 해도 되는 분이시지요. 반대로 지인은 자식을 키우고 결혼시키느라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작년부터 남편이 몸이 안 좋아서 종합검진을 했는데도 병명이 나타나지 않아. 본인은 아프다고 하는데 병원에서는 이상이 없다면서 신경성이래. 답답해서 점쟁이한테 가서 물으니까 조상을 달래려면 굿을 해야 된다고 해. 부탁인데, 우리 남편 손금에 죽을병이 있는지 한 번 봐 줘.”
오죽 답답했으면 내게 와서 남편이 죽을병에 걸렸는지 봐달라고 합니다. 병원에서도 병명이 뭔지를 가르쳐주지 않고, 점쟁이도 무조건 굿을 하라고 하니, 난들 뭘 어떻게 도와줄 수가 없었지요. 손금 관상을 볼 줄 안다고 죽을병에 걸린 사람을 고쳐주지는 못합니다. 마음이 답답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나를 찾아온 사람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서 남편의 손금을 봐주겠다고 했습니다.
“병원에서는 이상이 없다고 하는데 작년부터 나는 매일 몸이 안 좋고 힘도 없고 아파요. 도대체 어디가 안 좋은지 좀 봐줘요.”, “나쁜 말해도 괜찮겠어요?”,“나빠도 좋으니 솔직히 말해줘요. 암인가요?”
“솔직하게 말하면 정말 나쁜 게 있어요.”, “어디? 어디에 나쁘다고 나와 있는데?” 지인부부는 눈을 크게 뜨고 놀라서 물어봅니다.
“여기, 엄지손가락 밑에 볼록한 부분을 금성구라고 하는데 여기에 고리가 아주 커요. 보통 고리는 작아도 나쁜 뜻이 포함되어있는데 여기에는 고리가 엄청 커요. 이런 게 생겼으니 몸이 아프지요.”, “맞네. 고리가 아주 크네. 언제 생겼지? 그러면 어떻게 해야 되는데? 이거 생기면 암이지? 무슨 암이야?” 지인부부는 걱정이 되어 나를 빤히 쳐다봅니다. 내가 의사도 아닌데 해결책을 말해달라는 간절함이 보였습니다.
“나 믿어요? 내가 시키는 대로 할 수 있어요?”, “수술해야 돼? 아니면 정말 굿이라도 해야 돼?”, “조상과 관련이 있는 것은 분명해요. 점쟁이들이 보거나 미신을 믿는 사람이 봤다면 분명 굿을 하라고 할 거에요. 내가 볼 때 굿을 할 필요는 없어요. 하루 날을 잡아서 시장에 가서 장을 봐오세요.”, “방패라도 할까? 시키는 대로 다 할게.”, “제일 큰 북어 한 마리와 과일 3종류를 사서 조상 무덤에 찾아가세요.”, “부모님 돌아가시고 한 번도 안 갔어. 슬퍼질까 봐. 나는 부모님 생전에 잘해드렸지만 당신은 불효자였잖아.”, “부모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자식의 눈물에 약하듯이, 조상은 후손의 눈물에 뼈저리게 아파해요. 부모님 산소에 가셔서 무조건 잘못했다고 대성통곡을 하면서 우세요. 그러고 나서 안 아프게 해달라고 비세요. 마음의 병인 홧병입니다.”
“내가 부모님 살아생전 불효자였어요. 산소에 가 본지도 오래 되었고요.”, “남의 무덤도 아니고 부모님 무덤에 가서 원 없이 울면 조상이 도와줄 겁니다. 운다는 것은 홧병을 치료하는 치료제입니다. 안 슬퍼서 눈물이 안 나오면 허벅지를 꼬집어서라도 소리 내어 울고 하고 싶은 말 다하세요. 단, 원망 대신 후회하는 말을 하고 넋을 위로하세요. 중요한 것은 가는 길로 되돌아오지 말고 다른 길로 돌아오세요. 길이 없으면 빙 돌아서 다른 길로 돌아오시고 누군가가 불러도 대답도 하지 말고 못 들은 척 귀를 막고 오면 좋아요. 할 수 있겠지요?”
며칠이 지나서 지인이 찾아왔습니다. “오늘 점심 사 줄게.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말해봐.”, “어떻게 됐어요?”, “둘이 산소에 가서 대성통곡을 했지. 용서해 달라고. 돌아오는 길이 가시밭길이라서 몸이 좋아지면 가시를 다 치워서 사람들이 잘 다닐 수 있게 해준다고 했어.”, “아저씨는 출근했어요?”, “회사에서 등산 갔어.”, “등산 못하시잖아요?”, “조금 전에 전화 왔는데 등산하고 있대. 만보 더 걸었다던데? 어제도 동네 한 바퀴 돌았어.”, “다 나으셨어요?”, “산소에 다녀오고 나서 마음이 개운하대. 잘 걸어 다니고 운동도 매일 하겠대. 고마워.”, “잘 되었네요. 나 비빔국수 사줘요. 팥빙수도 좋아하는데.”, “다 사줄게, 가자.” 복채로 비빔국수와 팥빙수를 얻어먹었습니다.
어떤 손이 좋으냐고요? 다섯 손가락이 있어서, 악수할 수 있는 멀쩡한 손이 좋은 손입니다. 마음의 병이 나서 너무 슬퍼서 죽을 것 같으면 바닷가나 냇가나 아무도 없는 곳에서 소리 내어 크게 우세요. 마음이 편안해 질 겁니다. 가끔은 대성통곡하며 우는 것도 좋은 치료제입니다.
금성구에 큰 고리가 있으면 우울증이 올 수도 있으니 되도록 친구들을 많이 만나서 수다 버무리세요. 신경 쇠약증과 우울증환자들의 손에 이런 고리가 있는 경우가 많으니 시간 있을 때 조용한 곳에 가서 우는 것도 (통곡) 좋은 방법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