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 경제의 질서를 좌우할 APEC CEO 서밋이 29일 경주에서 개막했다. 올해 30주년을 맞는 APEC CEO 서밋은 역대 최대 규모로, 아태 21개국에서 1700여 명의 글로벌 기업인이 참석해 3박 4일간 20개 세션에 참여하며 AI, 반도체, 탄소중립, 금융·바이오 등 핵심 의제를 논의한다.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이 총출동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번 행사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세계 경제의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에 대한민국이 중심에서 목소리를 내는 동시에 글로벌 경제의 전환점이 된 지금, 한국이 중심에 서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특별연설을 통해 "위기일수록 APEC과 같은 연대 플랫폼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다자주의적 협력과 포용적 성장을 강조했다. 대통령은 공급망 협력을 신라의 수막새 기와에 비유하며, 인적·물적 연결이 경제와 협력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모두를 위한 AI" 비전을 제안하며, 이번 회의에서 관련 이니셔티브를 선보일 예정임을 밝혔다. 신라의 교류·개방 정신과 케이팝 ‘혼문’ 사례를 언급하며, 연대와 협력이 밝은 미래를 여는 핵심임을 강조했다.
이번 서밋의 핵심 의제는 모두 대한민국의 미래와 직결된다. 인공지능과 반도체 패권 경쟁, 탄소중립과 공급망 재편, 금융·바이오 산업의 확장 등 거스를 수 없는 변화의 흐름이 논의된다. 각국 정상급 인사와 글로벌 기업 CEO들이 직접 해법을 찾기 위해 연단에 오른다는 점은, 이번 논의가 선언에 그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우리의 미래 먹거리, 국가 경쟁력의 방향이 당장 이 자리에서부터 현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해공항을 통해 CEO 서밋이 열리는 경주 예술의전당에 도착했으며 한국을 “미국의 소중한 친구이자 동맹”이라고 평가하며, 이재명 대통령과 별도 회담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국민이 경제 기적을 이루고, 뛰어난 기술력과 자유민주주의를 바탕으로 세계에 모범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지금 ‘협력의 중심국가’로 변모해야 할 시점을 맞고 있다. 보호무역과 블록화가 심화되는 국제 경제의 긴장 속에서, 한국이 연대와 연결의 가치를 주도하는 국가는 그 자체로 경쟁력이 된다. 이번 서밋이 바로 그 전환을 알리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선언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약속을 지키는 국가는 많지 않다. 우리는 반드시 그 ‘많지 않은 국가’가 되어야 한다.
경주 APEC CEO 서밋은 대한민국이 세계 앞에 자신 있게 내놓은 미래의 좌표다. 산업과 외교, 국가와 지역이 함께 상승하는 경제 지도를 완성하는 것이 우리의 다음 과제다. 지금의 집중을 일시적 이벤트로 소비한다면 기회는 사라진다. 그러나 이 논의가 정책과 투자, 산업 생태계로 실현된다면 경주에서 열린 이 나흘은 한국 경제사에 중요한 이정표로 기록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