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인 시조 시인 작품 모은 국내 최초… 마음으로 베껴 쓰며 시와 나를 잇는 치유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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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루 한 줄, 나를 깨우는 우리시 필사노트' | ||



시조의 숨결을 손끝으로 되살리는 새로운 시도가 세상에 나왔다. 시조의 정수를 ‘읽는 문학’에서 ‘쓰는 예술’로 확장한 시조 필사집 ‘하루 한 줄, 나를 깨우는 우리 시 필사 노트’가 최근 목언예원에서 출간됐다. 더불어 민병도 관장의 개인 필사집 ‘꽃이 지고서야 나는 문득 꽃을 보네’ 도 같이 출간했다.
전통 시조의 운율과 미학을 직접 손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된 국내 최초의 시조 필사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번 필사 노트는 정경화 시조시인이 기획하고, 민병도 들풀시조문학관장이 공동으로 엮은 작품집으로, 전국 50명의 시조 시인이 참여해 각 2편씩, 총 100편의 시조를 한 권에 담았다. 고전적 정서를 간직한 시조가 오늘의 언어로 다시 쓰이는 새로운 실험이기도 하다.
필사노트의 최초 아이디어 제시부터 참여 시인 섭외, 작품 선정, 구성 조율까지 전 과정을 주도한 정경화 시조시인은 “이번 필사노트는 시조 문학의 전통 형식을 지키면서도 현대 독자들이 감성적으로 시조를 느끼고, 직접 손으로 써보며 체험하도록 구성했다”며 “읽는 시조에서 쓰는 시조로, 시조 문학의 새로운 접근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정 시조인은 또 “시조는 한글의 리듬을 가장 아름답게 품은 문학 형식이다. 그러나 지금 세대는 스마트폰 속 짧은 문장에 익숙해 시조의 호흡과 여백의 미를 놓치고 있다”며 “이번 필사노트는 그 잊힌 리듬을 되살리고, 종이 위에서 시조의 숨결을 다시 느끼게 하는 시도”라고 강조했다.
공동으로 참여하고 그림까지 그린 민병도 들풀시조문학관장은 “어린 시절 교과서에서 외우던 시조의 언어가 바람처럼, 햇살처럼 지금도 내 안에 살아 있다”며 “이번 작업은 잊혀가는 시조의 정서를 손끝으로 되살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조는 한글문학의 뿌리이자 K-컬처의 원류이며, 한민족의 정신문화가 응축된 예술”이라고 강조했다.
책에는 참여 시인들의 대표작이 수록돼 있으며, 독자가 직접 시조를 읽고 필사 할수 있다. 시조의 리듬을 따라 손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옮기다 보면, 단어와 정서가 서서히 내면화되는 경험을 얻게 된다.
정 시인은 “글씨를 쓰는 동안 마음이 맑아지고, 시인의 마음과 독자의 마음이 조용히 이어진다”며 “시조를 통해 다시 자신을 만나는 시간을 가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손글씨 필사가 집중력 향상과 정서 안정, 심리적 치유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고 말한다. 시조처럼 운율과 리듬이 살아 있는 문학을 필사할 경우 몰입과 감정 정화 효과가 크며, 특히 반복적 쓰기를 통해 내면의 평온을 되찾는 데 도움을 준다는 분석이다.
한편, 이번 ‘하루 한 줄, 나를 깨우는 우리 시 필사 노트’의 엮은 들풀시조문학관 민병도 민병도 관장은 197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시조집 ‘설잠곡의 버들피리’ 이후 창작시집과 선집, 수필집, 평론집, 시화집, 화집 등 총 40권의 저서를 펴냈다. 중앙시조대상, 가람시조문학상, 한국문학상, 김상옥시조문학상, 외솔시조문학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사)한국시조시인협회 이사장과 (사)한국문인협회 시조분과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사)국제시조협회 이사장, 이호우·이영도문학관 기념회 회장, 계간 《시조21》 발행인, 목연예원출판사 대표이자 들풀시조문학관 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경화 시조인은 2001년 동아일보와 농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시조집 ‘풀잎’ ‘시간 연못’ ‘눈물값’등 다섯 권을 출간했다. 이영도시조문학상 신인상, 노산시조문학상, 이호우·이영도시조문학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계간 《시조21》 편집주간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청도문인협회 회장과 들풀시조문학관 기획팀장을 맡아 시조 문학의 확산과 창작 기반 강화에 힘쓰고 있다.
이 책의 그림은 민병도 시인이 직접 그렸으며, 시조의 정서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여백과 선의 미학을 살린 한국화 작품이 함께 수록됐다. 디자인과 레이아웃은 민진홍 디자이너가 맡아, “시조의 호흡과 리듬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구성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