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발효의 맛, 세계 외교의 장에 오르다

2025 APEC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캐나다 총리 부인과 캐나다 대사 부인, 그리고 보좌관 부인 등 귀빈 일행이 30일 경주 교촌한옥마을에 위치한 미경전통식문화연구소를 방문해 한국 전통 장류 문화를 직접 체험했다.

이날 귀빈들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만이 보유한 장류 문화 중 하나인 ‘고추장 담그기’ 체험에 참여하며, 발효식품의 깊은 맛과 한식의 철학을 몸소 느꼈다.

미경전통식문화연구소는 경주 지역의 특산품인 찰보리쌀을 활용해 ‘찰보리고추장’과 ‘찰보리막장’ 등을 직접 담그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미경전통식문화연구소 원미경 대표는 “K-FOOD의 세계적 인기가 높아지면서 외국인들이 장류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한국 전통의 발효문화를 직접 체험하며 맛과 의미를 함께 전하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최근 미주 지역에서는 고추장 판매량이 급증하고, 현지 셰프들이 SNS에 고추장을 활용한 다양한 레시피를 공유하는 등 장류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유럽에서도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등지의 관광객들이 경주를 방문해 전통된장·간장·고추장·약고추장 등을 구매하는 것이 일상화되고 있다.

한국의 ‘장 담그기’는 2024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으며, 한식의 기본은 발효식품인 장류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미경전통식문화연구소는 전통 제조법을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꾸준히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2025 APEC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캐나다 총리 부인과 대사부인 등 일행이 30일 경주교촌한옥마을 미경전통식문화연구소에서 장담그기 체험을 하고 있다.
2025 APEC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캐나다 총리 부인과 대사부인 등 일행이 30일 경주교촌한옥마을 미경전통식문화연구소에서 장담그기 체험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조선 고종 때부터 전해지는 ‘약고추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건표고버섯칩과 대추농축액·대추분말을 넣은 채식용 약고추장을 개발, 베트남과 태국에 수출하고 있다. 미주와 호주 시장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으며 세계 시장 진출의 가능성을 넓혀가고 있다.

캐나다 총리 부인은 체험을 마친 뒤 “한국의 발효음식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시간과 정성이 만들어내는 예술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캐나다 대사 부인 역시 “오늘의 경험은 한국 문화를 더 깊이 이해하는 특별한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원미경 대표는 “전통 장류의 향과 맛을 통해 한국의 정신과 문화를 전 세계인과 나누는 것이 목표”라며 “APEC을 계기로 한식의 진정한 가치가 세계에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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