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공항서 트럼프와 정상회담…훙치 타고 경주로 이동
코오롱호텔 숙소 경호 삼엄…유학생·교민 현장서 환영
2009년 부주석 시절 이후 두 번째 방문…불국사·월성 추억 재조명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1년 만에 한국을 찾아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경주 방문은 부주석 시절이던 2009년 이후 16년 만이다.
시 주석은 30일 오전 10시 30분 김해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으며, 도착 직후 김해공항 내 공군 의전실인 나래마루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1시간 40분 동안 정상회담을 가졌다.
회담을 마친 시 주석은 전용 의전차량인 ‘훙치 N701’을 타고 고속도로를 이용해 경주로 이동했고, 오후 1시 53분 경주IC를 통과해 약 20분 뒤 숙소인 코오롱호텔에 도착했다.

호텔 진입로에는 중국인 유학생과 교민 등 수백 명이 태극기와 오성홍기를 함께 흔들며 시 주석을 환영했다. “한중 우호를 기원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시 주석이 머무는 동안 호텔 주변은 철저하게 통제됐다.
진입로 약 2km 구간은 차량과 외부인의 출입이 전면 금지됐고, 주변 도로에는 이중 펜스가 설치됐으며 200여 명의 경찰 및 경호처 인력이 배치됐다. 로비에는 외부 시야를 차단하는 대형 가림막과 검문대가 설치됐고, 경찰 특공대 장갑차도 배치됐다.
시 주석의 이번 경주 방문은 2009년 이후 두 번째다. 당시 그는 중국의 차기 국가주석으로 유력했던 부주석 신분으로 방한했고, 농악대의 환영을 받으며 월성(반월성)에 들어서 신라시대 유물과 도시 구조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강추위와 바람이 부는 날씨 속에서도 석빙고를 비롯한 유적을 둘러봤고, 이어 방문한 불국사에서는 주지 스님의 안내로 문화재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이후 경주의 한 호텔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자치단체장들과 만찬을 함께하고, 다음 날 미얀마로 출국했다.
이번에도 시 주석은 코오롱호텔에 머물며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이재명 대통령과의 한중 정상회담, 기업인 및 정부 관계자들과의 만남 등 2박 3일간의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이동 수단은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두 정상 모두 김해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전용 헬기 ‘마린원’을 타고 경주로 이동했고 행사장 간에는 방탄 리무진 ‘더 비스트’를 이용했다.
‘달리는 백악관’으로도 불리는 이 차량은 문의 두께만 20cm가 넘고, 생화학 공격에 대비한 밀폐 시스템과 산소 공급 장치를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 주석은 방한 첫 순간부터 줄곧 중국산 의전차량인 훙치 N701을 이용했다. ‘중국판 롤스로이스’로 불리는 이 차량은 국영 중국제일자동차그룹이 개발했으며, 연간 생산량이 5대에 불과할 정도로 희소성이 높다.
2023년 미국 방문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이 훙치를 보고 “차 정말 멋지다”고 말하자, 시 주석은 “나의 훙치다. 국산이다”라고 소개했다는 일화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