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연중(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장)

우리나라처럼 빠른 속도로 세계적인 산업재산권 출원 대국으로 올라선 나라는 없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의 결실로 세계 최초이자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빨리빨리 문화와는 별개의 것이다. 이를 두고 세계 각국은 세계 제일로 손꼽히는 대한민국 선조들의 발명 DNA가 대대로 이어져 전 국민의 몸속에서 살아 움직이기 때문이라며 부러워하기도 한다.

오늘 세 번째로 소개되는 발명품은 1997년의 발명품인 MP3 플레이어와 2003년의 발명품인 팩티브이다.
MP3 플레이어는 중소기업인 디지털캐스트 황정하 대표의 발명품이다. 세계 최초의 MP3 플레이어라는 것이 선정이유였다. 관련 산업재산권은‘10-1997-0062315 (등록 10-0287366) 엠피이지 방식을 이용한 휴대용 음향 재생장치 및 방법’과 ‘10-1999-0035272 (등록 10-0293158) 다양한 기능을 갖는 휴대용 MP3 플레이어’였다.

MP3 플레이어는 디지털캐스트의 황정하 대표는 MP3 플레이어를 발명하여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안타깝게도 연구개발과 사업화 비용이 부족했던 디지털캐스트는 MP3 플레이어의 설계 특허권을 새한정보시스템과 공동으로 확보했다. 이후 양사는 세계 최초의 MP3 플레이어 'MP MAN '을 생산·판매해 화제를 모았다.
당시 MP MAN은 손바닥 정도의 크기였고 무게도 65g이었다. 그 이후의 MP3 플레이어와 비교하면 크고 무거웠으나 당시에는 획기적인 발명품이었다. 하지만 양사는 마케팅 미숙으로 인한 판매 부진과 장기간 이어진 특허분쟁 등으로 파산하게 되었다. 결국 디지털캐스트는 미국의 시그마텔에, 새한정보통신은 레인콤(아이리버)에 합병되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었다. 역시 안타까운 일이었다.

MP MAN은 16 / 32/ 64MB의 용량으로 4~12곡 정도 저장이 가능했다. 당시 주로 사용하는 음악 플레이어와는 다르게 CD나 카세트테이프 없이 메모리에 음악데이터를 집어넣고 고음질의 음악을 들을 수 있었기 때문에 소형화한 것이 특징이었다.

팩티브는 LG생명과학의 발명품이다. 우리나라 최초 FDA 승인 신약이라는 것이 선정이유였다. 관련 산업재산권은‘10-1994-0013604 (등록 10-0131999) 7-(4-아미노메틸-3-옥심) 피롤리딘 치환체를 갖는 신규 퀴놀린카르복실산 유도체 및 그의 제조방법’이다.

2003년 4월 6일 LG생명과학이 발명한 퀴놀린계 항균제 ‘팩티브’가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경·중증 폐렴 및 만성 호흡기질환의 급성악화 환자에 대한 새로운 치료제로 정식 승인을 받았다는 사실이 발표되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팩티브는 연구착수 12년 만에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신약 승인받은 퀴놀론계 항균제이다. 1897년 국내에 근대적 의미의 제약회사가 설립되고 약품을 생산하기 시작한 지 만 106년 만의 쾌거였다.

당시 전 세계적으로 FDA의 승인을 받은 신약을 발명한 국가가 10개국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제약 산업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것이라 할 수 있다. 팩티브는 만성 기관지염과 폐렴 등 호흡기질환 환자들에게 사용되는 퀴놀론계 항균제로 그동안 널리 사용되어온 페니실린계 항균제를 대체하는 차세대 항균 신약이었다. 기존 항균제보다 약효가 우수하며 내성을 가진 균주에 특히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임상시험에서 밝혀졌다. 국내에서도 임상시험을 거쳐 2002년 12월 식품의약품 안전청 승인을 받았다.

필자가 우리나라를 빛낸 시대별 발명품을 소개하면서 새삼스럽게 온고지신을 강조하는 것은 온고지신이 발명기법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온고지신, 즉 ‘옛것을 익히고 그것을 미루어 새것을 안다.’와 필자가 우리나라 최초로 발표한 발명을 할 때의 발명의 정의인 ‘좀 더 편리하게, 좀 더 아름답게’가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좀 더 편리하게’ 하면 특허나 실용신안 출원이 가능하고, ‘좀 더 아름답게’ 하면 디자인 출원이 가능하다고 강조해왔다. 그렇다면 ‘옛것을 익히고 그것을 미루어 새것을 안다.’, 즉 ‘옛것을 새것’으로 했다면 당연히 특허나 실용신안 그리고 디자인으로 출원이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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