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의 결 속에 담긴 삶과 죽음의 이야기

조각가 허장우 작가

조각가 허장우의 개인전 ‘오, 꼭두’가 오는 5일부터 18일까지 경주시 교촌안길 21 #이스트1779에서 열린다. 오프닝은 5일 오후 4시이며, 관람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다.

이번 전시에는 작가가 오랜 시간에 걸쳐 완성한 나무 조각 63점이 선보인다. 작품들은 한국 전통의 장례 문화 속에 담긴 철학과 인간의 존재를 탐색하는 깊은 시선을 담고 있다.

허 작가는 나무라는 재료가 가진 따뜻한 질감과 단단한 물성을 통해 생명과 죽음, 그리고 그 경계에 선 인간의 감정을 표현해왔다. 그는 “한 조각을 완성하기까지 수없이 베고 다듬는 과정 속에서 죽음을 새롭게 바라보게 된다”고 말한다.

거친 톱으로 큰 형태를 잡고, 점차 작은 조각도로 표정과 결을 세밀하게 다듬는 그의 손끝에서는 생명이 새겨지듯 한 인물의 이야기가 태어난다. 마지막으로 가장 예리한 조각도를 들고 나무의 상처와 거친 면을 매만지며, 본래의 색과 결을 살려내는 작업은 마치 삶의 흔적을 되새기는 의식처럼 느껴진다.

이번 전시의 주제인 ‘꼭두’는 죽은 이를 저승으로 인도하는 전통 상여의 장식 인형이다. 우리 조상들은 죽음을 단절이 아닌 ‘돌아감’으로 여겼다. 그래서 장례의 슬픔 속에서도 상여에는 화려한 색의 꼭두가 놓였다.

이들은 상여를 인도하고, 슬픔을 희극으로 바꾸며, 삶의 마지막 길을 웃음으로 축복하는 존재였다. 허 작가는 이 꼭두를 “새로운 여정의 길동무이자, 삶과 죽음 사이를 잇는 상징”으로 재해석했다.

“꼭두가 가진 슬픔과 해학을 통해 관람객들이 각자의 삶의 굴곡을 떠올리고, 그 안에서 따뜻한 위로를 받길 바란다.”허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 그리고 이별의 순간을 받아들이는 우리 문화의 독특한 정서를 조각으로 풀어낸다.

그의 초기 작업들은 고양이의 표정과 몸짓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었다. 고양이라는 매개를 통해 인간의 내면과 감각을 탐구하던 그는, 이번 전시에서는 사람 형상으로 소재를 확장했다. 나무 속에 새겨진 인체 조각들은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은 듯 따뜻하면서도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특히 이번 작품들은 한국 고유의 장례 풍습과 함께, 인간이 삶의 마지막 여정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허장우 작가의 ‘오, 꼭두’ 展은 조형 전시를 넘어, 죽음을 하나의 ‘예술적 통로’로 바라보게 하는 사색의 장이다. 나무결 사이로 비치는 따뜻한 빛과 그림자는 마치 살아 있는 영혼의 숨결처럼 관람객에게 말을 건넨다.

이번 전시는 한국 전통의 정신을 현대 조각 언어로 새롭게 해석한 시도로,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서는 예술의 본질을 다시 묻는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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