팰런티어 등 AI 주도주 일제 하락…美 기술주 중심 나스닥 2% ↓
사이드카 발동된 국내 증시…시가총액 하루 새 192조 증발
버리 “AI는 거품”…오픈AI·엔비디아 향한 회의론 확산

5일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인공지능(AI) 관련 종목의 고평가 논란이 글로벌 증시를 덮치면서 5일 국내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졌다. 코스피는 장중 6% 넘게 급락하며 3800선까지 밀렸고, 코스닥 역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날 코스피는 4055.47에 출발해 개장 6분 만에 4000선을 내줬고, 오전 10시25분에는 3897.76까지 밀렸다. 종가는 전날보다 117.32포인트(2.85%) 하락한 4004.42였다. 하락폭 기준으로는 지난 8월 1일(126.03포인트) 이후 최대다.

한국거래소는 코스피200선물지수가 5% 이상 빠지자 오전 9시50분께 매도 사이드카를 발동했다. 코스피 기준으로는 7개월 만이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오전 10시26분께 올해 들어 처음으로 사이드카가 작동됐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대부분이 급락했다. SK하이닉스는 장중 5.29% 떨어졌고 삼성전자는 5.05% 내렸다. 이날 하루 동안 전체 상장 종목의 90% 이상이 하락했고, 시가총액은 약 192조원이 줄었다.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도 거셌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2조5186억원을, 기관은 790억원을 순매도했다. 개인은 2조5659억원을 순매수하며 낙폭을 방어했다.

AI 테마주의 급냉은 전날 미국 시장에서 시작됐다. 4일(현지시간) 팰런티어는 3분기 호실적에도 7.95% 급락했고, 엔비디아(-3.96%), AMD(-3.67%), 브로드컴(-2.81%) 등도 일제히 하락했다. 나스닥은 2.04%, S&P500은 1.17%, 다우지수는 0.53% 각각 떨어졌다.

팰런티어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팰런티어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팰런티어는 올해 들어 주가가 170% 넘게 오르고 최근 2년 새 1000% 상승했지만, 주가수익비율(PER)이 250배에 달하면서 거품 우려가 확산돼 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빅 쇼트'의 실제 주인공인 공매도 투자자 마이클 버리가 팰런티어와 엔비디아 하락에 베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투자심리는 급격히 얼어붙었다.

그는 최근 X(옛 트위터)에 “AI와 기술주에는 거품이 있다”고 경고했다.

오픈AI 로고. AP 연합뉴스
오픈AI 로고. AP 연합뉴스

AI 기대주였던 오픈AI도 도마 위에 올랐다. 오픈AI는 지난 9월 엔비디아로부터 최대 1000억달러 투자를 유치하고 대규모 칩 공급 계약을 체결했지만, 실질적 수익 없이 고평가만 이어지는 ‘순환 거래’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현재 기업가치는 5000억달러로 평가되지만 적자 상태이며, 수익 모델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달러 강세와 위험회피 심리도 금융시장 전반을 압박했다. 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1.5원 오른 1449.4원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1450원을 넘기며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값과 가상자산도 하락세를 보였고, 비트코인은 10만달러 선이 무너지며 1억5000만원대에서 거래됐다.

블룸버그는 테슬라, 레딧, 로빈후드, 팰런티어 등 이른바 ‘개미 선호 종목’으로 구성된 지수가 이날 3.6% 급락해 S&P500 하락률의 3배에 달했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 4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솔로몬 CEO는 “향후 12~24개월 안에 주식시장이 10~20% 조정을 받을 수 있다”며 “상승 이후엔 재평가의 시간이 온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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