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안보라인 일제히 기소 3년 만에 결심 공판
檢 “국민 생명 보호 의무 저버려… 유족에 2차 피해”
이대준씨 피격 당시 ‘자진 월북’ 프레임 지시 정황도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과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검찰이 문재인 정부 안보라인을 상대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은폐’ 혐의를 적용해 잇따라 징역형을 구형했다.

핵심 인물인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는 가장 높은 징역 4년을, 현직 의원인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국가정보원장)에게는 징역 2년과 자격정지 2년을 각각 구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5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서 전 실장과 박 의원, 서욱 전 국방부 장관,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 노은채 전 국정원장 비서실장에 대한 결심 공판을 열었다.

검찰은 서 전 실장에 대해 “국가 최고 의사결정권자로서 죄책이 가장 무거우나 혐의를 부인하고 뉘우치지 않고 있다”며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서 전 실장은 2020년 9월 서해상에서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가 북한군 총격으로 피살된 직후, 합참 관계자와 해경청장에게 사건 은폐를 위한 보안 유지 지시를 내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특히 그가 대통령의 ‘종전선언’ 화상 연설 직전 이 사건을 축소·왜곡해 발표하도록 한 정황에도 주목했다.

검찰은 서 전 실장이 “신발만 벗어놓은 채 북한에서 발견”, “목포에서 가족 간 문제로 혼자 생활 중” 등의 표현을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하게 하는 등 ‘자진 월북’ 프레임을 조성했다고 지적했다.

일부 참모들이 피격 사실을 공개해야 한다고 반대했지만 이를 묵살한 정황도 드러났다고 밝혔다.

서 전 실장과 함께 기소된 서 전 장관과 김 전 청장에게는 각각 징역 3년이 구형됐다.

검찰은 서 전 장관에 대해 “군 지휘·감독자로서 첩보 보고서 삭제 등 불법 행위에 적극 동참했다”고 했고, 김 전 청장에 대해선 “수사 책임자로서 허위 보도자료를 배포해 유족에게 2차 피해를 입히는 등 명예를 훼손했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에겐 징역 2년과 자격정지 2년이, 노 전 비서실장에겐 징역 1년과 자격정지 1년이 구형됐다. 검찰은 “두 사람 모두 국정원 첩보 및 내부 보고서를 삭제하도록 지시하거나 방조해, 국가 기능 마비라는 중대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날 공판에서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할 의무가 있고, 이는 국가 존재의 본질”이라며 “피고인들은 이를 저버린 채 고위공직자의 과오를 숨기려 공권력을 남용하고 허위사실을 공표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피살 공무원뿐 아니라 유족까지 월북자로 낙인찍었다”고도 했다.

한편, 이번 재판은 2022년 12월 기소된 이후 기밀 사안을 이유로 대부분 비공개로 진행됐으며, 이날 결심 공판은 공개로 열렸다. 1심 선고 공판은 12월 26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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