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우 이해충돌’ 공방에 여야 고성 오가며 감사 중단
퇴장길엔 여야 의원 간 물리적 충돌…“몸 던졌다” vs “폭력 사과하라”
대통령실 “출석 가능”… 이재명 대통령, 김현지에 경내 대기 지시
여야, 김 실장 실세 의혹 두고 “만사현통” vs “악마화 프레임”
역술인 채용·특수활동비 등 전임 정부 운영도 국감 도마에

김병기 국회 운영위원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 대통령경호처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고성이 이어지자 정회 선포 후 회의장에서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실 대상 첫 국정감사는 김현지 제1부속실장의 출석 문제를 둘러싼 여야 충돌로 파행을 거듭했다. 감사는 개의 59분 만에 정회됐고, 오후에도 고성과 충돌이 이어지며 중단과 재개가 반복됐다.

정회 직후 퇴장 과정에서는 국회 회의장 앞에서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기헌 의원이 부딪히며 이른바 ‘배치기’ 충돌이 벌어졌다. 여야 의원 간 신체 접촉은 보기 드문 일로, 이날 국감 파행의 상징적 장면으로 남았다.

송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이 의원이 육중한 몸으로 다가와 문을 나서던 저와 그대로 부딪쳤다”며 “국회선진화법 이후 국회 내 물리적 충돌은 명백히 금지됐는데 폭력 사태가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 의원은 “피해자는 오히려 나”라며 “정회 후 송 의원이 ‘국감을 망치는 건 당신들’이라며 몸을 돌려 나에게 몸을 던졌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공방은 ‘누가 몸을 던졌느냐’는 진실공방으로 번졌고, 여야는 서로에게 사과를 요구하며 긴장을 이어갔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기헌 의원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 대통령경호처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여야 설전으로 정회된 직후 이른바 '배치기'를 하며 충돌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김 실장을 둘러싼 의혹을 제기하며 증인 출석을 촉구했다. 박충권 의원은 특수활동비, 경기동부연합 연루, 인사 개입 등을 거론하며 “민주당이 김 실장을 꽁꽁 숨기려 하니 ‘만사현통’, ‘김현지 여사’ 같은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공세를 폈다.

민주당은 정치적 공세라고 맞섰다. 전용기 의원은 “이 대통령을 악마화하려다 실패하니 김 실장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고 했고, 김기표 의원도 “비선 실세 운운은 과도하다”며 “시스템 중심 국정 운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당초 김 실장의 불출석 사유를 “대통령 일정 수행”이라 설명했으나, 이후 이재명 대통령이 김 실장에게 국회 출석이 가능하도록 대통령실 경내에서 대기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국회를 존중하는 차원”이라며 “국회 결정에 따라 출석하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김 실장은 당초 이 대통령의 일정에 동행할 예정이었으나, 지시에 따라 대통령실에 머무르게 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오후 강원 지역에서 산불 진화 합동훈련과 동해안 산불지역 시찰을 진행했다.

우상호 정무수석은 이날 국감에서 “대통령 일정 수행 차원에서 불출석한 것”이라고 설명했고, 이후 대통령실이 ‘출석 가능 상태’라는 입장을 추가로 내면서 정면 충돌을 피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 대통령경호처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위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 대통령경호처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위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김 실장은 50명 중 한 명일 뿐인데 과도한 공격을 받고 있다”며 “시중에 떠도는 얘기를 모아 의혹으로 몰아가는 건 국회의원 특권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고성을 주고받기도 했다. 주 의원이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재판 정황을 언급하며 “영장을 받은 적 있느냐”고 묻자, 강 실장은 “안 받았다. 실세도 아닌데 확인하러 다니느냐”고 맞받았다.

주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김현지가 김병기 원내대표보다 권력 서열이 위”라고 적기도 했다. 이에 김병기 운영위원장은 “위원장이 이런 대우를 받으면서까지 회의를 할 수 없다”며 정회를 선언했다.

국감 초반에도 여야는 신상 문제로 충돌했다. 민주당 채현일 의원은 주 의원이 윤석열 정부 당시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을 지낸 점을 들어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고, 주 의원은 “대통령실 떠난 지 1년 반 됐다”며 “이해충돌 운운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한미 관세협상에 대한 평가도 엇갈렸다. 민주당 김남근 의원은 “일본보다 잘했다는 평가도 있다”고 했고,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정부와 민간을 모두 끌어들인 불리한 합의였다”고 비판했다.

전임 정부 관련 질의도 이어졌다. 박상혁 의원은 “윤석열 정부 당시 역술인이 행정관으로 채용된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고, 허영 의원은 관저 공사 자료 파기 의혹을,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특수활동비 내역 제출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은 “김현지로 시작해 김현지로 끝나는 국감”이라며 “보직 변경을 통한 증인 회피”라고 주장했고, 박수민 의원도 “김 실장에 대한 인사검증 자료 제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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