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DX, 또다시 하청 노동자 사망 사고
현장 대응 지연·안전관리 부실 정황…2년 전 감전사 반복
“기술 이전에 생명” 지적 속 그룹 차원의 구조적 문제 대두

 포항시는 지난 5일 포스코 포항제철소 사고에 따른 긴급 대책회의를 긴급 소집했다. 포항시 제공
 포항시는 지난 5일 포스코 포항제철소 사고에 따른 긴급 대책회의를 긴급 소집했다. 포항시 제공

 

포스코DX.
포스코DX.

포스코DX에서 또다시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포스코그룹의 IT·엔지니어링 계열사이자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주도해 온 포스코DX가 2023년 감전사 이후 2년 만에 다시 하청 노동자의 사망 사고를 내면서, 기술 혁신을 내세운 경영 기조가 ‘현장 안전 부재’라는 근본적 모순에 직면했다.

지난 5일 오전 8시 50분께 경북 포항 포스코 포항제철소 스테인리스 압연부 소둔·산세공장에서 포스코DX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 4명이 설비 점검 사전작업 중 유해가스에 노출됐다. 이 사고로 50대 근로자 1명이 숨지고 3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고가 발생한 구역은 고강도 STS 강판의 열처리와 화학세척 공정이 이뤄지는 구간으로, 분리 배관 일부가 손상되며 유해 화학물질이 누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과 고용노동부, 소방당국은 가스 성분과 누출 경로, 작업자 보호구 착용 여부 등 안전수칙 준수 상황을 조사 중이다.

포스코DX는 사고 당일 저녁에야 심민석 대표이사 명의의 공식 사과문을 내고 “불의의 사고로 고인이 된 분께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철저한 원인 규명을 통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 상황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채 사고 초기 대응이 지연됐다는 점에서 그룹 차원의 비상 대응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포스코DX 관계자는 5일 사건 발생 반나절이 지나도록 “현장 상황이 정리되지 않아 회사 차원의 입장을 내기 어렵다”며 “현장과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파악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사고 직후 포스코DX가 내부적으로도 현장 정보를 신속히 공유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포스코DX의 산업재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3년에도 광양제철소에서 협력업체 근로자가 CCTV 케이블 설치 중 감전돼 숨졌다.

당시 회사는 “안전 프로세스를 재점검하고 재발을 방지하겠다”고 약속했지만, 2년 만에 다시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포스코DX는 포스코그룹의 ‘디지털 전환’ 핵심 계열사로, AI·로봇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팩토리 구축 사업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정작 현장에서는 하청 중심의 고위험 작업 구조가 고착화돼 안전관리의 사각지대가 반복되고 있다.

설비관리와 유지보수 업무를 하청업체에 맡기면서도 실질적인 안전 책임이 포스코DX에 귀속된다는 점에서, 관리 감독 부실은 피할 수 없는 비판 대상이다.

심민석 대표는 포스코 본사의 디지털혁신실장을 거쳐 지난해 말 포스코DX 대표로 선임됐다.

그는 취임 직후 “AI와 로봇을 기반으로 한 차세대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강조했지만, 이번 사고로 “디지털 혁신보다 근로자 생명을 지키는 안전 혁신이 먼저”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전문가들은 포스코DX의 이번 사고를 “하청업체의 단순한 불운이 아닌, 안전관리 책임의 구조적 실패”로 지적한다.

한 산업안전 전문가는 “스마트팩토리의 완성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 안전한 현장에서 출발한다”며 “첨단화를 말하기 전에 기본적인 안전관리 체계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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