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를 만들어라, 평양을 자극하라" 조은석 특검이 밝힌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메모에서 드러나는 계엄 기획 정황은 놀랍고 참담한 일이다.

내란죄로 수사와 재판을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일부 군수뇌부는 북한의 도발을 유도해 안보 위기를 조성한 후 이를 불법 비상계엄의 명분으로 삼으려 했다는 내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75년 전 6·25전쟁으로 인해 당시 인구 3000만명 중 500만명 이상이 인명 피해를 입었다. 전 국토가 초토화된 것을 말할 나위도 없다.

전후 1000만명의 이산가족이 발생했으며, 극심한 파괴로 인해 20년간 세계 최빈국의 가난에 허덕였다. 오죽했으면 보릿고개 때 아사자가, 동절기에 동사자가 속출하는 몸서리쳐지는 세월이었다.

북한문제와 관련해서 여야 따로 없이 오로지 국민의 안위와 국가의 안보가 최우선이 돼야 하고, 외환을 내란보다 더욱 엄중하게 죄과를 물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더욱이 국가 안보 분야는 보수층에서 줄기차게 붙잡아 왔다. 이런 측면에서 윤석열 전 정권의 북한 도발 유도 정황은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범죄이자 국민 배신행위가 아닐 수 없다.

만일 북한이 윤 정부가 보낸 무인기 도발에 대응해 군사적 작전을 펼쳤더라면, 그로 인해 받을 국가적·국민적 피해는 끔찍하지 않은가.

게다가 북한이 윤 정부가 보낸 무인기에 대해 대응 도발을 감행하지 않았는데도 윤 정권은 이를 무시하고 결국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독단은 전무후무 무모한 일이다.

'12·3 비상계엄' 사건을 수사한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10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4명을 기소하며, 핵심 증거로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의 휴대전화 메모를 제시했다. 이 메모에는 북한과의 군사적 긴장을 의도적으로 고조시켜 계엄 선포의 명분을 만들려 한 내용이 담겼다.

10월 18일 작성된 메모에는 "불안정한 상황에서 단기간에 효과를 볼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찾아 공략해야 한다", "불안정 상황을 만들거나 만들어진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어 "최종 상태는 저강도 드론분쟁의 일상화"라며, 평양·삼지연·원산 외국인 관광지·김정은 휴양소·핵시설 2곳 등을 "반드시 대응할 수밖에 없는 타깃"으로 지목했다.

심지어 10월 23일 메모에는 북한의 핵실험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도발을 "군사적 명분화할 수 있을까?"라고 적으며 계엄 근거로 활용할 수 있을지 검토하는 내용이 등장한다. 같은 날 작성된 다른 메모에는 "미니멈, 안보위기", "맥시멈, 노아의 홍수"라는 어마어마한 표현도 포함됐다.

윤 정권이 정치적 야욕을 위해 북한의 도발 야기를 획책한 사실이 확실해진다면, 이를 엄벌해 다시는 이 같은 망상과 무모함이 재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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