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 경주 회담서 대규모 투자·관세 조율 합의
자동차 관세 인하·투자 이행 조건 등 막판 조율 난항
G7 외교장관회의 계기 조 장관 방미… 회동 여부 주목

한미 정상회담 후속 조치로 예정됐던 공동 팩트시트 발표가 2주 가까이 지연되는 가운데, 조현 외교부 장관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간 양자 회담이 성사될지 주목된다.
조 장관은 11일 캄보디아 출장을 마친 뒤, 캐나다 나이아가라에서 열리는 G7(주요 7개국) 외교장관 확대회의 참석을 위해 출국했다. 회의는 12일(현지시간) 열리며, 한국은 의장국 캐나다의 초청으로 호주, 브라질, 인도, 사우디, 멕시코, 남아공, 우크라이나 등과 함께 참여한다.
조 장관은 회의 기간 중 루비오 장관을 비롯한 주요국 외교장관들과 양자 회담을 추진 중이다. 공동 팩트시트 발표가 지연되는 상황에서 양국 외교 수장이 만날 경우 관련 조율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회담 형식과 일정은 아직 유동적이다.
한미 정상은 지난달 29일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 회담에서, 총 3500억달러(약 500조원) 규모의 한국 대미 투자 패키지에 합의했다. 이 중 2000억달러는 연간 200억달러 상한의 현금(지분) 투자로 이행하기로 했다.
양국은 회담 직후 공동 팩트시트를 조속히 발표하기로 했지만, 원자력 추진잠수함, 자동차 관세, 투자 이행 조건 등을 둘러싼 미국 내 조율이 길어지며 발표가 늦어지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사실상 최종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며 “날짜를 예단하긴 어렵지만 거의 마지막에 왔다”고 밝혔다.
특히 관세 협상 최종안에는 한국이 연간 200억달러 투자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미국이 관세를 다시 인상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김 장관은 ‘일본과 같은 조건이냐’는 질문에 “일본과 똑같이 들어 있다”고 답했다.
미국의 자동차 관세 인하 시점은, 한국 정부가 투자 재원 조성을 위한 특별법을 국회에 제출한 달의 1일로 소급 적용된다. MOU 체결 직후 법안이 제출될 예정이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번 투자 계획이 조선, 에너지, 반도체, 의약품, 핵심 광물, AI, 양자컴퓨팅 등 경제 및 안보 핵심 분야에 집중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측 투자위원장을 맡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알래스카 LNG 파이프라인과 에너지 인프라를 우선 투자 대상으로 언급한 바 있다.
외교부는 조 장관의 방미 기간 루비오 장관과의 조우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회담만으로 발표 지연이 곧바로 해소되긴 어렵지만, 미국 내 논의 상황을 파악하고 한국 측 입장을 다시 설명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