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성된 포항의 틀...마지막 퍼즐 맞춘다

- 차기 포항시장 여론조사 선두로 주목 받아
- 정치는 원칙의 싸움...끝까지 원칙으로 간다
- 행정은 사람의 일, 시스템은 신뢰로 만든다
- 폐역된 구 포항역 되살려 도심공동화 극복
내년 6월 3일 열리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6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본지는 대구·경북 주권자들의 알권리를 위해 (예비)후보들과의 인터뷰를 순차적으로 진행한다. 첫 번째 대상은 최근 여론조사 등에서 두각을 나타낸 박승호 전 포항시장이다.
"포항은 멈춰 있지 않는다. 약간 방향을 잃었을 뿐이다. 누군가는 다시 나침반을 잡아야 할 때다. 제2의 박태준이 되어 포항의 재도약을 향한 길의 선두에 서겠다"
박승호 전 포항시장이 포항시장 집무실을 떠난 지 11년이 흘렀다. 젊은 시절 재선에 성공해 촉망받았던 박 전 시장이었지만 지금은 포항의 원로가 됐다.
정치인들은 통상 공직에서 물러난 후 수도권으로 이사를 간다. 하지만 박 전 시장은 포항에서 '고향을 지키는 굽은 소나무'의 삶을 자처하고 있다.
퇴임 후 이제까지 3번의 국회의원 선거와 2번의 포항시장 선거가 있었고, 그때마다 그는 단골손님처럼 출마 선언을 했다.
그러나 스포츠에서 과거 챔피언이 재기전에 나서 벨트를 재탈환하는 일이 엄청나게 어려운 것처럼 박 전 시장은 여러 차례 좌절을 겪었다.
이제 그만할 때도 됐다는 말들도 많았다. 보통 사람 같았으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 그러나 박 전 시장은 고향을 지키는 굽은 소나무처럼 바람에 흔들릴지언정 물러설 수는 없는 일이다. 정치가 원칙과의 싸움인 만큼 끝까지 원칙을 지키겠다는 각오다.
내년 6월 치르는 지방선거는 이강덕 시장의 3선 완료에 따라 경쟁 판도가 다르다. 모든 주자가 제로 베이스에서 출발한다. 중앙 정치권은 보수가 몰락하고 진보가 국정 주도권을 쥐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정치 역학 구도가 핵심이 아니라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포항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맞닥뜨려져 있다.
기후 위기에 따른 산업의 전환과 위축, 미국의 관세 폭탄에 따른 경제 위기, 인구감소에 따른 지방소멸 위기, 50만 포항시민들의 다양한 욕구의 분출 등 그야말로 전환기적 위기에 봉착해 있다.
시민들은 내우외환을 이겨낼 경험 많고 노련하며 헌신적인 지도자를 찾을 수밖에 없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세간의 예상을 깨고 박 전 시장이 차기 포항시장 선두에 오른 일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여론조사 선두는 쉬운 일이 아니다. 비록 압도적인 선두는 아니었지만 박 전 시장이 갖는 장점이 시민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나는 포항을 너무 잘 안다. 누구보다 현장을 많이 다녔고, 시민들과 함께 울고 웃었다. 작금 포항의 기본 틀은 내가 시장으로 있을 때 만들어졌다. 나의 재임기에 포항 인구는 2만명이나 증가했다"
지난 10일 영일대 해수욕장이 훤히 내려 보이는 찻집에서 만난 박 전 시장은 인터뷰 내내 단호한 어조로 '포항의 부활'을 주창했다.
그는 재임 때 성과들을 나열하며 "하수도 고도처리시설, KTX 포항노선, 동해남부선 복선화, 산업단지 기반 확충 등이 어우러져 포항시의 뼈대를 이룬다. 이제는 그 뼈대 위에 '새살'을 입힐 때다. 포항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나는 그 마무리를 이룩하고 싶다"고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그는 여러 번의 좌절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자신감과 추진력을 잃지 않았다. 포항에서 살며 포항을 생각하고, 포항을 사랑하는 일이 일상이 됐다는 이야기다.
그는 "철강, 에너지, 해양산업이 포항의 뿌리라면, 이제는 그 위에 문화와 복지가 꽃을 피워야 한다. 단단한 산업도시에서 따뜻한 생활도시로 바뀌어야 한다. 그 전환의 시기를 놓쳐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어 "행정은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시장이 혼자 결정하고 밀어붙이면 오래가지 않는다. 나는 과거 '시민과 함께하는 행정', '시스템이 움직이는 행정'을 지향했다. 행정 시스템은 신뢰로 만든다. 공무원이 시민에게 감사하고, 시민이 행정을 신뢰하는 구조, 그것이 제가 만든 포항 행정의 핵심이다. 지금 포항 행정은 다시 그 초심을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정이 사람 위에 있으면 시민은 피곤해진다. 이제는 시민이 중심이 돼야 한다. 시장은 행정의 머리가 아니라, 시민과 함께 뛰는 '심장'이 돼야 한다. 도시 곳곳의 도시계획 규제도 풀어야 하고, 구 포항역을 폐역시켜 도심공동화를 부채질한 것 등 행정편의주의 사례들도 되돌릴 필요가 있다"
박승호 전 시장은 이날 비현실적인 선거법의 제약으로 인해 구체적인 공약 발표는 극도로 삼갔다. 대신 과거 재임시절 대표적인 시정 사례들을 적극 복귀함으로써 단호한 의지를 거침없이 드러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