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서 “눈 불편한 것 빼면 기득권” 발언… 장애 비하 지적
김예지 의원 향해 “배려 당연시·배은망덕”… 사과 아닌 해명 이어져
국민의힘 “엄중 경고”, 민주당 “혐오 확성기 자처… 자격 없다”

박민영 국민의힘 미디어대변인. 박민영 대변인 페이스
박민영 국민의힘 미디어대변인. 박민영 대변인 페이스

박민영 국민의힘 미디어대변인이 시각장애인인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을 겨냥해 비례대표 공천과 관련한 부적절한 발언을 쏟아내 논란이 커지고 있다. 당 지도부는 박 대변인에게 경고 조치를 내렸고, 더불어민주당은 "혐오의 확성기를 자처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지난 12일 유튜브 채널 ‘한PD TV’에 출연해 김예지 의원을 향해 “장애인을 너무 많이 (비례대표에) 할당해서 문제”라며 “눈이 불편한 걸 제외하면 기득권”이라고 말했다. 또 “배려를 당연하게 여긴다”, “당론을 가장 많이 어긴다. 배은망덕하다”, “장애를 무기 삼는 것 같다”는 등 거친 표현을 이어갔다.

같은 방송에 출연한 여성 유튜버는 “김예지는 장애인인 걸 다행으로 알아야 된다”는 등의 막말을 쏟아냈고, 박 대변인은 이를 듣고 웃음을 터뜨리는 모습이 영상에 담겼다. 유튜버는 김 의원을 ‘에스코트용 액세서리’에 비유하며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도 함께 비난했다. 해당 영상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이 7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에 대해 투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이 7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에 대해 투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논란이 확산되자 박 대변인은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과격하게 들릴 수 있는 표현에 대해선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다만 “장애인 할당을 하지 말자는 뜻이 아니라, 특정 집단이 과대표되어선 안 된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그는 “당론을 반복적으로 무시한 인사에게 비례대표 공천을 거듭 부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대변인은 “정당은 간판만 빌려주는 플랫폼이 아니다”라며 “김 의원은 민주당 주도 특검과 탄핵에 찬성했고, 당 노선과 배치되는 법안을 수차례 발의했다”고 비판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같은 날 “당사자에게 엄중히 경고했다”며 “당 대변인단과 당직자 전원에게 언행에 각별히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다만 박 대변인의 발언 자체에 대한 공개 비판이나 사과는 없었다.

민주당은 박 대변인의 발언을 “공당의 대변인 자격을 스스로 저버린 망언”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박경미 민주당 대변인은 "국회의원 300석 중 장애인 의원이 3명뿐인데 이를 ‘과도하다’고 말하는 것은 국회의 대표성 본질을 부정하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장애인을 ‘피해 의식으로 똘똘 뭉쳤다’고 표현한 것 자체가 비인도적이고 몰지각하다”고 비판했다.

전수미 민주당 대변인도 "박 대변인은 혐오 유튜버의 막말을 제지하기는커녕 웃으며 동조했고, '장애인 대표성을 특혜로 본다'는 발언까지 했다"며 "혐오를 대변하며 정치를 저급하게 만든 행위에 대해 당 지도부는 분명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장동혁 대표가 꿈꾸는 미디어 전략이 이런 혐오와 조롱이냐”고 반문하며 “혐오의 방치는 곧 동조”라고 날을 세웠다.

민주당은 박 대변인뿐 아니라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스페셜올림픽코리아’를 장기간 사적으로 운영했다는 언론 보도를 함께 언급하며 "국민의힘이 외쳐온 ‘약자 동행’은 허울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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