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평균 1725원·경북 1714원…3주 연속 상승

전광판에는 ‘휘발유 1735원, 경유 1648원’이 선명하게 표시돼 있었다.
차량을 세운 운전자 A(44)씨는 잠시 주유량을 확인하다 고개를 저었다.
“요즘은 기름 넣는 게 제일 무서워요. 5만원 넣어도 바늘이 반도 안 올라요.”
뒤편에서는 또 다른 차량이 조용히 주유를 시작했다.
평범한 출근길 풍경 속, 숫자만이 묵직하게 체감된다.
17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전국 주유소 보통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당 1725.35원, 경북 평균은 1714.94원으로 집계됐다.
전국 기준으로는 전주보다 3.02원, 경북은 2.19원 각각 상승했다.
휘발유 가격이 1700원대를 돌파한 것은 3월 이후 36주 만의 재진입으로, 11월 들어 3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포항 지역 주요 주유소의 현장 가격은 대부분 1720~1740원대 수준으로 전국 평균을 소폭 웃돌고 있다.
경유 역시 전국 평균 1590원 안팎을 기록하며 동반 상승세를 보였다.
국제유가가 중동 정세 불안과 환율 상승으로 강보합세를 보이면서, 국내 유가도 약 2~3주의 시차를 두고 반영되고 있다.
포항의 한 정유대리점 관계자는 “러시아·중동 불안, 고환율 영향으로 원유 수입단가가 오른 상태”라며 “국제유가가 안정되지 않는 한 이번 주까지는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기름값 상승은 포항 시민들의 일상에도 직접적인 부담으로 다가왔다.
배달대행기사 B(33)씨는 “하루에 기름값만 1만5000원 넘게 든다”며 “거리를 줄이려 해도 주문이 끊기면 수입이 줄어 악순환”이라고 말했다.
화물 기사 C(52)씨도 “한 달 주유비가 100만원 넘는다. 이러다 운송료가 오르면 결국 소비자 물가가 다시 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하락세로 전환되지 않는 한 단기 하락은 어렵다”며 “생활물가 전반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정부의 유류세 완화 정책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3주째 이어진 상승세 속에서 포항 시민들은 다시 ‘기름값 1700원 시대’를 실감하고 있다.
주유소를 빠져나가는 차량들의 바퀴 소리만이 무겁게 흘러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