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 최초 유튜브 고정 출연… 평산책방서 청소년 시집 소개
영상 제작은 김어준의 겸손방송국… 탁현민과 대담 형식으로 진행
친이재명 지지층 “순방 중 타이밍 의도적”… 당내 긴장감 고조

문재인 전 대통령이 17일 공개된 유튜브 영상에서 시집을 소개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평산책방’ 영상 캡처
문재인 전 대통령이 17일 공개된 유튜브 영상에서 시집을 소개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평산책방’ 영상 캡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유튜브 고정 출연을 통해 대중과의 소통에 나섰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17일 공개된 유튜브 채널 ‘평산책방’에서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과 함께 시집 '이제는 집으로 간다'를 소개했다. 이 시집은 경남 청소년위탁센터에서 보호처분을 받은 청소년 76명이 쓴 작품을 엮은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게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라며 “들어주기만 해도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립감, 무력감 속에서도 다시 일어서는 힘이 담겨 있다”며 시에 담긴 정서를 전했다.

영상은 문 전 대통령의 책 소개 외에도 텃밭을 가꾸고 해바라기 씨를 수확하는 소소한 일상도 담았다. 그는 “우리 집엔 없는 게 없다”며 대파, 상추, 토란 등 직접 재배 중인 작물을 소개했고, 마을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도 공개됐다.

‘평산책방TV’는 문 전 대통령이 운영 중인 ‘평산책방’이 기획한 채널로, 제작은 방송인 김어준씨가 이끄는 ‘겸손방송국’이 맡았다.

해당 영상에는 하루 만에 3000건이 넘는 댓글이 달렸고, 18일 오후 기준으로는 5300개를 넘어섰다. “건강히 지내시길”, “좋은 콘텐츠 감사합니다” 같은 응원의 메시지가 다수를 이뤘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 지지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비판 여론도 거세다. ‘이재명은 합니다’ 갤러리 등에는 “잊혀지고 싶다더니 왜 유튜브에 나오느냐”, “민주당 탈당하라”는 원색적인 비난부터, “김어준이 제작했다니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는 냉소까지 이어졌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이 민주당 내 지지층 간 갈등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정청래 당 대표의 취임과 맞물려, 전통적 친문 지지층과 ‘성남라인’으로 불리는 친이재명계 간 균열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 대표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팬클럽 ‘노사모’ 출신으로, 김어준씨가 운영하던 ‘딴지일보’ 게시판에 수차례 글을 올리는 등 친문 성향 지지층과의 연결고리가 깊다. 최근에는 초선 의원 모임 ‘더민초’ 강연에서 “딴지일보가 민주당 지지 성향의 바로미터”라고 언급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반면 당 일각에서는 “퇴임한 대통령의 개인적 활동에 정치적 의미를 과도하게 부여할 필요는 없다”는 시각도 나온다. 그러나 문 전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가 향후 민주당 안팎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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