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독일서 건조, 1993년 첫 입항… 한국 해군 잠수함 시대 개막
RIMPAC 등 해외훈련 참여… 지구 15바퀴 넘는 항해 기록
초대 함장 안병구 등 인수요원 승선… 진해서 마지막 출항 마쳐

대한민국 잠수함 시대의 시작을 알린 ‘1번 잠수함’ 장보고함(SS-Ⅰ, 1200톤급)이 34년간의 임무를 마치고 올해 말 퇴역한다.
해군은 19일 오후 장보고함이 진해 군항을 출항해 약 2시간 동안 마지막 항해를 마쳤다고 밝혔다.
장보고함은 1988년 독일 HDW조선소에서 건조를 시작해 1991년 진수됐으며, 1992년 해군에 인수된 뒤 이듬해 6월 우리 해군 최초의 잠수함으로 취역했다. 함명은 통일신라 시대 청해진을 설치하고 해양을 개척한 장보고 대사의 이름에서 따왔다.
도입 과정에는 인수요원, 정비요원, 감독관 등 100여 명의 해군 장병과 관계관이 독일에 파견됐다. 1993년 4월 도크선에 실려 출항한 장보고함은 같은 해 5월 국내에 도착했다.
1997년 하와이 파견훈련에선 1만8000㎞를 단독 항해하며 장거리 작전 능력을 입증했고, 2004년 환태평양훈련(RIMPAC)에서는 미 항공모함 등 30여 척을 상대로 한 모의 공격에서 단 한 차례도 탐지되지 않으며 뛰어난 성능을 증명했다.
이후 주요 해외 훈련에도 꾸준히 참가해 한국 해군의 잠수함 운용 능력을 세계에 알렸다.
2023년까지 작전 임무를 수행한 장보고함은 2024년부터 훈련함으로 전환돼 승조원 교육과 자격 유지 훈련을 지원했다. 1992년부터 2025년까지 누적 항해 거리는 약 34만2000마일(약 63만3000㎞)로, 지구 15바퀴를 도는 거리다.
마지막 항해에는 초대 함장 안병구 예비역 준장과 당시 무장관, 주임원사 등 인수요원 4명이 함께 탑승했다. 장보고함이 입항하자 진해 군항에 정박 중이던 모든 잠수함이 기적을 울리며 마지막 임무를 축하했다.
마지막 함장 이제권 중령과 안 전 함장은 마지막 항해에 사용된 태극기에 서명하고 기념 화환을 전달받았다.

안 전 함장은 “장보고함 도입 전까지 수중은 우리 해군의 영역이 아니었다”며 “대한민국 바다를 개척한 장보고함의 처음과 마지막 항해를 함께해 영광”이라고 말했다.
이어 “잠수함 부대는 상상보다 훨씬 놀랍게 발전했고, 핵추진잠수함 시대까지 온 것을 보니 격세지감”이라며 “승조원들이 자부심을 갖고 임무를 완수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제권 함장은 “장보고함은 최초의 국산 잠수함과 잠수함사령부 창설의 초석이 된 상징적인 존재였다”며 “그 개척 정신을 이어 침묵의 수호자로서 대한민국 안보를 지켜가겠다”고 말했다.
해군은 퇴역 후 장보고함을 방산 수출과 국제 협력에 활용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