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정년 늘고 자식 취업 못 하면 무슨 의미 있나”
“심야노동 규제는 가산수당으론 부족… 구조적 논의 필요”
“영세사업장까지 산재 감축… 노동자 권리보장법 추진”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연합뉴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연합뉴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20일 정년연장과 관련해 "노사를 어떻게든 설득해야 한다"며 "연내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새벽배송 심야노동 논란에 대해서는 “이를 감내할 만큼 필수적인 서비스인지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정년연장은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며 "청년 고용과 충돌하지 않도록 세대 간 상생형 타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년이 연장되면 기업 입장에선 청년 채용을 줄일 수밖에 없으니, 노사 모두가 양보해야 한다"며 "정부는 입법안을 내진 않겠지만, 이견 조율과 합의 도출을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정년연장은 현재 국회 TF에서 노사 공동 논의 중이나, 노동계는 법적 연장을, 경영계는 재고용 또는 선택적 재고용을 주장하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김 장관은 “지금도 늦었다고 본다. 선진국이라면 인구 구조 변화에 미리 대비했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도 “입법 데드라인을 정부가 정하긴 어렵지만, 연내 마무리돼야 한다는 입장은 변함없다”고 거듭 밝혔다.

심야노동 문제에 대해서는 건강권 보호 차원에서 추가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제암연구소는 야간노동을 2급 발암물질로 분류했다”며 “새벽배송은 수요보다 공급이 만들어낸 서비스다.

이를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면, 노동자를 어떻게 보호할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는 가산수당 외엔 규제 수단이 없었는데,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장관은 산재 감축과 관련해 “울산 화력발전소 사고로 많은 노동자가 희생돼 국민과 대통령께 송구하다”며 “정의로운 전환 과정에서 산업안전이 소홀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환경·고용영향평가처럼 산업안전영향평가를 도입해 “안전이 산업 전환 과정에 내재화돼야 한다”고 했다.

“가장 안전한 조치가 가장 신속한 조치”라는 원칙을 강조한 그는 “내년에는 영세·소규모 사업장까지 관리 대상을 넓히겠다”며 “생명보다 앞서는 이윤은 없다는 인식을 확산시키겠다”고 밝혔다.

또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에 놓인 특수고용직,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 등을 포괄하는 ‘일하는 사람 권리 보장법’을 올해 안에 발의하겠다고 했다. “민주공화국의 광장 민주주의가 왜 일터 앞에선 멈추는지 모르겠다”며 “모든 시민이 일터에서도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법 2·3조 개정(이른바 ‘노란봉투법’)에 대해서는 “노사 자치주의가 가장 중요한 원칙”이라며 “사법화보다는 자율적 교섭 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노동부가 추진 중인 시행령 개정안에는 하청노조의 원청 교섭권 보장 등 교섭단위 분리 방안이 담겨 있다.

김 장관은 “기업 단위 노사관계에 머물렀던 창구 단일화 제도를 산별교섭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며 “정부의 이런 방향성을 노동계도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에 대해선 “어렵지만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며 “가산수당, 모성보호, 직장 내 괴롭힘 금지 등 가능한 항목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하자”고 했다.

최근 청년 과로사 의혹이 제기된 ‘런던베이글뮤지엄’ 사례에 대해서는 “기업가치가 2000억원에 매각됐다고 칭송하는 분위기는 경계해야 한다”며 “성과주의가 지나치면 허장성세에 불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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