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조정위, 유심 유출 피해자 3998명에 총 12억원 배상 권고
SKT "선제 보상 반영 안 돼" 불수용… 법적 구제 절차로 전환
전체 피해자 기준 배상액 최대 7조원… 기업 부담 논란도 확산

SK텔레콤이 유심(USIM)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피해자 1인당 30만원을 배상하라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산하 분쟁조정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이번 결정으로 분쟁조정을 신청한 이용자들은 배상을 받기 위해 민사소송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SK텔레콤은 20일 오후, 개인정보 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안 수용 거부 의사를 공식 전달했다. 조정안 수락 여부를 통지해야 하는 법정 시한 마지막 날이었다.
SKT는 입장문에서 “조정위의 결정을 존중하나, 사고 이후 회사가 취한 선제적 보상과 재발 방지 노력이 조정안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조정안을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고객 신뢰 회복과 추가 피해 예방을 위한 조치는 앞으로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개인정보 분쟁조정위는 지난 4일 전체회의에서, 분쟁조정을 신청한 이용자 3998명에게 각 3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총 배상액은 약 11억9940만원 규모다. 배상 결정에는 유출된 정보의 민감성, 그로 인한 휴대전화 복제 가능성, 유심 교체 과정에서의 불편과 불안 등 정신적 피해가 반영됐다.
하지만 SK텔레콤이 조정안을 수용하지 않음에 따라, 조정은 법적 효력을 가지지 않게 됐다. 신청인들이 배상을 받기 위해선 이제 개별적으로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SK텔레콤이 조정안 수용을 거부한 배경에는 막대한 잠재적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조정 신청자는 전체 피해 추정치(2324만명)의 0.02%에 불과하지만, 동일한 조건으로 추가 분쟁조정이나 민사소송이 제기될 경우 전체 배상액은 최대 6조9000억원, 약 7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실제 유출된 정보는 휴대전화번호, 가입자식별번호(IMSI), 유심 인증키(Ki·OPc) 등 25종에 달하며, SKT의 LTE·5G 전체 가입자와 알뜰폰 사용자까지 포함된 2324만명, 법인·공공회선까지 포함하면 총 2700만건 규모로 추산된다.
앞서 정부는 이 사고에 대해 역대 최대 규모인 1347억9100만원의 과징금과 960만원의 과태료를 SK텔레콤에 부과한 바 있다. 분쟁조정위는 SKT에 대해 내부관리계획 수립, 개인정보처리시스템 안전조치 강화 등 재발 방지 조치도 함께 권고했다.
우지숙 개인정보 분쟁조정위원장 직무대행은 당시 조정안을 발표하며 “당사자들의 주장과 의견을 깊이 있게 논의해 마련한 조정안”이라며 “신청인들의 피해가 적극적으로 구제되길 기대한다”고 밝혔지만, SKT의 거부로 이러한 기대는 무산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