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 전 옷 고민 글에 “외교서 우위 점할 옷 필요” 언급
야당 “총리 자질 의문… 외교를 패션으로 인식”
일본 SNS 여론도 갈려… “경솔” vs “신경 쓴 태도”

중·일 갈등을 불러온 대만 개입 시사 발언에 이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이번엔 SNS에 올린 신변잡기성 글로 또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21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엑스(X·옛 트위터)에 출국 전 옷차림을 두고 고민한 내용을 올렸다.
그는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안도 히로시 참정당 의원이 "싸구려 옷을 입고 나가면 얕보일 수 있다. 최고의 원단, 최고의 장인이 만든 옷을 입고 회담에 임해달라"고 조언한 것이 떠올랐다고 적었다.
이어 그는 “싸구려로 보이지 않는 옷, 얕보이지 않는 옷을 고르느라 몇 시간을 소비했다”며 “결국 익숙한 재킷과 원피스를 골랐지만, 외교 교섭에서 마운트를 취할 수 있는 옷을 무리를 해서라도 사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논란은 이 글의 ‘마운트를 취할 수 있는’이라는 표현에 집중됐다. ‘마운트’는 영어 ‘마운팅’(mounting·동물이 다른 동물 위에 올라타는 행동)에서 유래한 일본식 외래어로, 상대보다 우위에 있음을 과시하거나 지배하려는 태도를 의미한다.
외교 현장에서 일본 총리가 공개적으로 쓸 표현으로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요네야마 류이치 입헌민주당 의원은 엑스에 올린 글에서 “무슨 생각을 하든 자유지만, 그것을 공개적으로 밝히면 상대에게 ‘지금 마운트를 취하려는 구나’라고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그보다 먼저, 대체 어떤 옷을 입으면 마운트를 취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고이케 아키라 일본공산당 의원도 “국제회의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현직 총리가 ‘마운트를 취한다’는 식의 글을 올리는 건 너무 경솔하고 몰지각하다”고 비판했다.
일본 SNS에서도 의견은 엇갈렸다. “한 나라의 총리라는 위치에 걸맞지 않은 경솔한 발언”, “멋진 옷을 입는다고 외교력이 생기는 게 아니다”라는 비판과 함께, “남성 총리에 비해 여성 총리는 외모와 복장에 더 많은 부담이 따른다”, “국가를 대표하는 만큼 옷에 신경 쓰는 게 당연하다”는 옹호도 나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앞서 “대만에서 무언가 발생하면 일본이 개입할 수 있다”고 언급해 중국의 강한 반발을 샀다. 이번에는 외교 감각을 의심케 하는 SNS 글로 또 한 번 논란을 자초하며, 정치적 입지에도 적잖은 부담을 안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