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레인의 혹이
각도를 맞춰 달을 조준하면
달빛은 더 세게 나를 끌어당겼다
밤은 어둡고 때론 환했다
너무 고요한 새말 1길 뒷골목
열여섯 살 소년이 사춘기로 접어들 때도 달빛은 환했다. 굵어진
목소리로 쪽지만 무성하게 건네던 소년. 아무도 오르지 못한 그
크레인을 타고 달 속을 몇 번이나 오고 갔을까? 사랑이라 믿었던
날들 이후 크레인을 탄 달빛은 내 몸에서 떨어져 허공으로 추락
했다. 달빛에 그려 넣은 한편의 영화를 보기까지 밤은 길었고
눈을 비비다 잠든 날이 많았다. 영화처럼 달빛만 내 몸에 자주
거주했다.
초승에서 그믐까지의 거리는
설렘과 후회 사이의 거리처럼
빨리 갔다가 아주 느리게 돌아왔다
이 속도만큼 돌아서 다시 이곳에 서있다. 헐리고 없어진 골목에선
옛 문장들이 떨어져 나왔다. 달맞이꽃은 내 키보다 커졌고 그때처럼
달빛이 환한 밤이다.
크레인이 달을 받치던 그 밤
그때 그 소년의 행방을 물어보기에는
달빛의 문장 속에 갇혀 버린 나
달그림자는 구름을 흔들다가 혼자 어두워진다
〈약력〉
2006년 ‘문학산책’ 등단
시집 ‘자연해례본’
김포문인협회회원
대경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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