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방위상, 요나구니섬 등 현장 시찰하며 “방어 목적” 주장
중국 외교부 “다카이치 총리 발언과 결합해 극도로 위험” 경고
관영매체들 “군국주의 망령” 거론하며 대만해협 무력 개입 우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엑스 캡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엑스 캡처

대만 유사시 무력 개입을 시사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발언으로 중일 간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일본이 대만 인근 섬에 미사일 부대 배치를 추진하자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은 지난 22~23일 오키나와현 이시가키섬과 요나구니섬을 잇따라 방문하고 중거리 미사일 배치 계획을 직접 언급했다. 그는 23일 요나구니섬 주민들과의 간담회에서 "미사일 부대 배치로 일본에 대한 공격 위험을 낮출 수 있다"며 방위력 증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음날 기자회견에서도 "자위대 장비는 우리나라를 침공하는 항공기와 미사일에 대처하기 위한 방어 목적"이라며 "다른 나라를 공격하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요나구니섬은 대만에서 약 110㎞, 이시가키섬은 240㎞ 떨어진 지점으로, 일본 본토보다 대만과 더 가깝다. 요나구니섬에는 2016년 자위대 연안감시대가 설치된 데 이어, 2026년까지 적 항공기 레이더를 교란하는 전자전 부대가 새로 배치될 예정이며, 이시가키섬도 일본의 주요 미사일 거점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에 대해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정례 브리핑에서 "일본이 대만 인근 서남제도에 공격형 무기를 배치해 지역 긴장을 의도적으로 조성하고 있다"며 "이는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관련 잘못된 발언과 결합할 경우 극도로 위험한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중국은 일본 군국주의의 부활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영토 주권을 지킬 결심과 능력이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관영 매체들도 일제히 일본을 맹비난했다. 신화통신 계열의 SNS 계정 '뉴탄친'은 "일본이 또 하나의 흉험한 걸음을 내디뎠다"며 "중일 관계가 가장 민감한 시기에 중국에 가장 가까운 섬에 공격형 무기를 배치하는 것은 중국을 겨냥한 것이며, 대만해협 무력 개입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의 환구시보도 논평에서 "일본의 미사일 배치는 오랫동안 잠잠했던 군국주의의 유령을 소환하는 것"이라며 "아시아 이웃 국가들은 일본의 '신형 군국주의'라는 독성 새싹을 함께 경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은 일본의 미사일 배치가 단순한 방어력 강화가 아니라, 대만 유사시 미국과 함께 개입할 수 있는 군사적 포석이라는 점에서 의도성을 의심하고 있다.

일본이 전수방위(專守防衛) 원칙을 내세우고 중국과의 소통을 강조하고 있지만,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 이후 양국 간 갈등의 골은 점점 더 깊어지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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