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란은 영랑을 떨구고 앙상한 가지만 남았습니다
“오메 단풍 들겠네”, 누이가 단풍 한 잎으로 놓여 있고
추수가 한창일 때 나락 오십 섬을 영산포 장에 팔아서 서울로 갔다는 영랑이
정갈한 비석으로 남아 있습니다
새들이 질문을 물고
초가지붕 위에는 내 마음 아시는 첫 별이 뜨고
사연을 떨구고
계절을 떨구고
차디찬 불꽃 같은 순정의 시간, 나는 시인의 마을에 와서 단풍 든 마루에
앉아 봅니다
흠모해 모인 별들이 오늘 밤 왜 이리 밝은지요
예술의 길은 만 갈래 길이라며 서늘한 마음을 달랬을 애달픈 소란, 붉어진 시어가 일어나 눈물로 잦아집니다
하지만, 봄날에 필 모란은 가는 곳마다
시인으로
회향하는 밤입니다
〈약력〉
열린시학 등단
전국통일문예공모 대상
항공문학상, 안정복문학상
독도문학상. 전남작가회의
대경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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