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취임 이후 첫 한일정상회담…이명박 정부 때 이후 3년 6개월만

박근혜 대통령은 내달 1일 서울에서 개최될 것으로 예상되는 한일중 3국 정상회의를 전후해 한중정상회담과 한일정상회담을 별도로 열기로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26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일중 3국 정상회의 계기에 한일 정상회담을 갖는 방안을 그동안 한일 양측 간 협의해왔다”며 “최근 우리 측은 개최 일자를 오는 11월 2일로 일본 측에 제의했으며 회신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오는 31일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 양자회담을 갖기로 했다”면서“다만 한중일 정상회의 날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이 오는 2일로 최종 확정되면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처음으로 한일정상회담을 갖게 된다. 이는 또한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 5월 이후3년 6개월 만에 성사되는 셈이다.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중재 하에 지난해 3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 계기 한미일 정상회담을 가진 바 있다.

또한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지난해 11월 베이징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지난 3월 리콴유(李光耀) 전 총리의 국장 참석 때 조우한 바 있지만 회담을 한 적은 없다.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일본군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갈등으로 취임 이후 한 번도 양자 정상회담을 갖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한일정상회담의 전제 조건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성의 있는 사과와 조치를 요구하고, 일본 정부는 이에 맞서면서 정상회담 개최가 장기 표류했다.

하지만 정부가 올해 광복 70주년,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아 한일정상회담 등 양국관계 개선을 위한 물밑작업을 벌여왔다. 청와대와 정부는 과거사 문제와 안보·경제 협력을 분리하는 투트랙(two-track) 전략으로 한일관계 개선을 도모해왔다.

그러나 한일 양국이 지난 6월 박 대통령의 ‘마지막 단계’ 언급에도 불구하고 위안부 협상에서 여전히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는 가운데, 한일정상회담이 열리더라도 ‘명분 없는’정상회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한일정상회담은 구체적인 성과 없이 위안부 등 과거사에 대한 양국의 입장 차만을 확인하는 회담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외교가에서 나온다.

박 대통령은 미국을 방문 중이던 지난 15일(현지시간)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강연에서“이번에 한일중 3국 정상회담이 3년 만에 한국이 주선해 11월초에 열릴 예정”이라며 “아베(신조 일본) 총리하고 정상회담을 또 그 기회에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진전이 있으면 의미 있는 정상회담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면서 일본 측의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한일 정상회담이) 열리게 됐을 때 양국간에 미래지향적으로 변화 발전해나가야 의미 있는 회담이 된다”면서 “그래서 한국 국민들이 굉장히 큰 관심을 갖고 있고 중요한 현안이 되고 있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한을 풀어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박대통령-리커창 中총리, 오는 31일 양자회담

청와대는 이와는 별도로 보도자료를 내고 “리 총리가 오는 31일부터 11월2일까지 박 대통령의 초청으로 공식 방한할 예정”이라며 “박 대통령이 31일 리 총리와 양자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 발전 방안, △한반도를 포함한 주요 지역 및 국제 문제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역대 중국 총리의 공식 방한은 1994년 10월 리펑(李鵬) 총리, 2000년 10월 주룽지(朱鎔基) 총리, 2007년 4월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2010년 5월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에 이어 다섯 번째다.

리 총리는 지난 1995년 중국 중앙공청단 중앙서기처 제1서기, 2005년 랴오닝성 당서기, 2011년 국무원 상무부총리 재임시 등 과거 3차례 방한한 바 있다.

리 총리의 이번 방한은 지난 2013년 3월 국무원 총리 취임 이후로는 처음으로서, 방한 기간중 박 대통령과 양자회담, 국회의장 면담, 국무총리 면담, 한국 경제단체 주최 환영 리셉션 참석 등의 일정을 가질 예정이다.

박 대통령 취임 이후 리 총리와의 만남은 이번이 5번째다.

취임 첫해인 지난 2013년 6월 28일 박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 때 면담하고 만찬한 바 있고,같은 해 10월 10일 브루나이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협력(EAS) 정상회의 계기로 환담했다. 이어 지난해 10월 16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 계기 회담했고,박 대통령이 지난달 2일 중국 전승 70주년 기념행사 참석 계기 베이징을 방문해 면담을 가졌다.

청와대는 “2013년 양국 신정부 출범 이래 중국 국가서열 1위인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서열 3위 장더장(張德江) 전인대 상무위원장에 이어 이번 리커창 총리(서열 2위)의 방한으로 중국 정부의 핵심지도자들이 모두 방한하게 됨으로써, 한·중간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 발전이 보다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시 주석은 지난해 7월, 장 상무위원장은 올 6월에 각각 방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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