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초반의 지독한 부진에서 빠져나와 감을 잡기 시작한 박병호(29). 4강전에서도 '키플레이어'가 될 수 있을까.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야구 대표팀은 오는 19일 저녁 7시 일본 도쿄돔에서 열리는 2015 WBSC 프리미어12 준결승전에서 일본과 맞붙는다.
한국은 지난 8일 삿포로돔에서 대회 개막전으로 열린 한일전에서 0-5의 영봉패를 당했다. 한국은 당시 상대 선발 오타니 쇼헤이를 비롯한 3명의 투수에게 무려 14개의 삼진을 당한 끝에 무득점으로 꽁꽁 묶였다.
결승의 기로에서 펼칠 두 번째 한일전에서 한국은 설욕을 다짐하고 있다. 특히나 첫 경기에서 침묵했던 타선의 활약 여부는 승부를 가를 중요한 포인트다.
주목해야 할 선수 중 하나는 박병호다. 박병호는 이번 대회 초반 대표팀 타선의 큰 근심거리였다. 김현수-이대호에 이어 5번타자로 중심타선의 한 축을 맡았지만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출국 전 치른 쿠바와의 슈퍼시리즈에서도 무안타로 고전했던 박병호는 조별예선 첫 3경기에서 12타수 2안타에 그쳤고, 홈런은 단 한 개도 없었다.
하지만 김인식 감독은 박병호에 대한 신뢰를 접지 않고 꾸준히 기회를 줬고, 박병호는 이에 부응하기 시작했다.
박병호는 지난 14일 조별리그 4차전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대회 첫 홈런을 뽑아냈다. 3-0에서 4-0으로 달아나는 귀중한 솔로홈런이었고, 이 한방으로 한국은 경기 후반 상대의 추격을 뿌리치고 4-3의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이어진 15일 미국과의 5차전에서는 선발에서 제외됐던 박병호는 16일 쿠바와의 8강전에서 5타수 2안타로 맹활약했다. 특히 2회초 첫 타석에서 좌중간을 가르는 3루타는 이날 경기의 승부를 가른 장면이었다. 박병호의 안타를 시작으로 한국은 무서운 집중력으로 상대 마운드를 무너뜨렸고, 2회에만 대거 5점을 뽑아 여유있는 경기를 펼칠 수 있었다.
박병호는 7회초 4번째 타석에서도 안타 한 개를 추가해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멕시코전에서의 홈런에 이어 쿠바전 멀티히트로 감을 잡은 모습이었다.
일본전에서도 박병호는 타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줘야한다. 이번 대회 최고의 타격감을 보이고 있는 김현수, 중요할 때 제몫을 해주는 이대호와 더불어 박병호까지 상승세를 이어가줘야 좀 더 수월한 공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박병호는 지난 8일 일본전에서도 4타수 2안타의 멀티히트를 기록한 기억이 있다. 특히 5회초에는 상대 선발 오타니 쇼헤이에게 2루타를 뽑아내면서 물꼬를 트기도 했다.
빗맞은 타구가 좋은 위치에 떨어진 행운이 따른 안타였지만 이는 이날 한국이 때려낸 유일한 장타였다. 오타니는 준결승전에서도 선발로 등판할 것이 유력시되고 있다. 지난 경기의 행운과 함께 살아난 타격감까지 어우러진다면 좀 더 좋은 결과를 기대해볼 만하다.
대회 전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하고, 포스팅에서 미네소타 트윈스의 선택을 받으며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던 박병호. 공교롭게도 포스팅을 전후로 다소 부진했던 박병호가 다시금 자신의 가치를 보여주기 위한 최적의 무대는 바로 일본과의 4강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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