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특(한학자)
吾有千歲之食 而無百歲之壽
내게 천 년을 먹고 살 재산이 있어도 수명은 백 년을 살 수가 없다
옛날 중국 춘추전국시대 제나라 환공이 패제후의 지위에 있으면서 천 년 동안 먹고 살 수 있으리만치 많은 재산이 있어도 사람의 수명은 오래 살 수 없다고 한탄한 말이다. 예부터 부귀공명은 모두가 바라는 바요 인간인 이상 원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삶의 기준이 돈으로 평가되고 출세의 척도는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으로 최상의 즐거움을 누리게 된다. 그러나 하늘의 뜻은 순리를 원칙으로 하고 있으므로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벌거나 남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면서 출세를 한 사람은 인생행로가 그리 순탄하지 못하다.
한 세대를 살아가면서 요행을 일삼아 벼락출세를 하는 사람도 더러는 있긴 하지만 세월이 지나고 나면 흑백이 가려지기 마련이다. 부동산 투기로 많은 재산을 모은 자들이 높은 벼슬까지 탐내어 남들이 부러워하는 지위에 올랐다가 쫓겨나는 요즘세태를 보고 있노라면 격세지감이 없지 않다. 모든 것을 돈으로만 해결하려는 심리가 화를 자초하고 말았다. 정상적인 땀의 대가로 번 재산이 아니기 때문에 이 같은 결과가 왔다고 자성하지 않고 부정을 밝히는 쪽을 도리어 원망하는 파렴치한이 있다고 한다. 돈이란 생활수단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거래행위의 단위 표시이다. 그러나 모은 재산을 유용하게 써야 값진 것이다. 돈이 없어 생명을 포기하는 사람, 돈이 많아 목숨을 빼앗기는 사람, 돈과 관련되어 송사를 하는 사람, 돈 때문에 발생하는 사건사고가 매일 신문 지상을 가득 메운다. 정말 돈의 위력은 대단하다.
고대 중국의 절세미인 왕소군은 미모의 아름다움도 아랑곳없이 뇌물을 주고 화공에게 선심을 산 궁녀들의 덫에 걸려 오랑캐 나라로 시집가게 되었고, 조선조 말에는 돈을 주고 벼슬을 사는 매관매직도 있었다. 이 같은 돈의 거래가 사람의 목숨과 재산과 벼슬을 좌지우지하는 판에 돈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겠는가. 그러나 한 가지 평등원리만은 고금에 상존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시간의 흐름이다. 흘러가는 세월은 크고 작고, 높고 낮고, 있고 없고 간에 백 년을 전후해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다. 제 아무리 죽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써도 이 세상에는 영원히 살아남아 있는 사람이 없다. 만리장성을 쌓은 진시황도 유럽대륙을 휩쓸었던 알렉산더대왕도 모두가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 몸보신 한다고 뱀, 개구리, 까마귀마저 잡아먹어도 하늘이 준 천명은 피할 수 없고 고관대작을 지내도 죽음은 면치 못한다. 박근혜 정부는 4대악 일소와 함께 공직자들의 청렴을 강조하며 사정의 예리한 칼날을 휘두르고 있다.
개혁의 물결을 거역치 말고 순순히 시대의 사명을 따르자. 그리고 돈 많이 있으면 보람된 일에 쓸 방도를 생각해서 열심히 땀 흘리며 노력하는 선량들에게 삶의 의욕을 북돋아주는 아량을 베풀 줄 알아야 한다. 한여름 밤하늘에 반짝거리는 별을 쳐다보며 유성의 무상함을 탄식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