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이 22일 서울 종로구 교보생명빌딩에서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중국전과 시리아 원정경기에 나설 대표팀 21인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 News1


9회 연속 월드컵 출전을 노리는 한국의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을 앞두고 '균형 잡힌 팀'을 약속했다.

슈틸리케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교보생명빌딩 컨벤션 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9월 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중국과의 1차전, 그리고 9월 6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열리는 시리아와의 2차전 원정경기에 나설 21명의 선수를 발표했다.

중요한 출발인 만큼 슈틸리케 감독은 주축인 기성용, 손흥민, 석현준을 변함없이 불렀다. 또한 지난 6월 스페인, 체코와의 유럽 평가전 때 소집하지 않았던 이청용, 구자철, 김영권 등을 다시 명단에 포함시켰다.

선수 공개 후 슈틸리케 감독은 "공수 균형을 잘 갖추는데 주안점을 둘 계획이다. (경기를 잘하고도 패한)온두라스와의 올림픽 8강전과 같은 장면이 나온 것은 팀의 균형이 맞지 않아서다. 한 번에 당하는 역습을 대비해야 한다"고 중국, 시리아와의 경기 계획을 밝혔다.

생애 처음으로 A대표팀에 이름을 올린 황희찬에 대해서는 "올림픽을 치르는 동안 황희찬은 가장 기복이 없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황희찬은 중국의 밀집 수비에서도 빠른 스피드와 기술을 이용해 좋은 장면을 만들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슈틸리케 감독과의 일문일답.

-이번 명단 발표와 소집에 대해 설명해 달라.

▶21명을 소집했지만 실질적으로는 각 경기당 20명씩으로 운영될 것이다. 손흥민은 올림픽 전 토트넘과 이미 합의를 해 중국전에만 뛰기로 했다. 중국전 후 손흥민은 소속팀으로 돌아간다. 석현준은 올림픽 기간 때 이적이 확정됐다. 그가 새로운 팀에 적응할 수 있도록 중국전에는 소집하지 않기로 배려했다. 시리아전에 합류해 손흥민을 대체할 것이다. 다가올 중국전은 언급하지 않아도 중요성을 알 것이다. 첫 경기인 만큼 잘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은 선수들을 조기 소집한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주말까지 경기가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한다.

-올림픽에서 손흥민의 경기를 어떻게 지켜봤는가.

▶올림픽이 끝나고 많은 비난을 받은 것을 알고 있다. 온두라스전 패배가 손흥민의 패스 미스로 시작된 역습의 결과라는 말이 많다. 하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손흥민은 대회 내내 공격수로 많은 찬스를 만들어냈다. 좋은 위치 선정과 찬스를 위협적인 장면은 충분히 만들었다. 실점 장면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다. 공격수가 상대 문전 20m에서 공을 빼앗기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그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팀이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관건이다. 오른쪽 수비수가 오버래핑 후 복귀가 늦었다. 역습을 염두했다면, 꼭 나가야 했나 싶었다. 이후 두 세 차례 수비 실수가 나왔기 때문에 손흥민 혼자의 잘못이 아니다. 심적인 부담이 있었을 것이다. 올림픽에 절실하게 참가하고 싶었고, 메달 의욕이 강했다. 하지만 의욕이 크다보니 플레이가 이기적이었다. 과한 의욕이 낳은 결과다.

-체력으로나 심적으로 지친 손흥민에게 기대하는 것은.

▶지금 대표팀은 가족 같은 편안한 상황에서 운영되고 있다. 선수들이 존중받고 보호받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손흥민이 올림픽에서 어떤 모습을 보였든, 우리 팀 일원으로 다시 끌고 가고 싶은 마음이 있다. 지난 6월 스페인전에서 실수를 했던 김진현과 함께 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한 경기 못했다고 빼는 인간미 없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다. 중국전에 손흥민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는 경기 당일에 확인해 달라. 장점이 많은 선수다. 잘만 활용하면 팀에 유익할 것이다. 가끔씩 이기적인 모습을 보일 때도 있지만 대화로 잘 풀어나가면 손흥민의 장점을 잘 쓸 수 있을 것이다.

-황희찬이 합류했는데 어떤 면을 높게 평가해서 뽑았나.

▶올림픽 4경기를 본 결과 2명이 기복 없이 잘 치렀다. 장현수와 황희찬이다. 이런 결과가 소집으로 이어졌다. 홈에서 중국과 경기할 때 상대 뒤 공간이 많이 열리지 않을 것을 고려한 것도 있다. 이번에 뽑히지 않은 황의조가 역습에 능한 공격수라면 황의찬은 공간이 없어도 빠른 스피드와 기술을 바탕으로 좋은 움직임을 가져갈 수 있는 선수다. 중국전에서 우리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번 명단에 정통 왼쪽 측면 수비수가 없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올림픽에서 봤듯이 국내에 특출난 측면 수비수가 없다. 올림픽에서도 이로 인해 많은 문제를 나타냈다. 몇 주 전 감바 오사카 경기를 봤는데 오재석이 왼쪽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이번에 발탁했다. 장현수도 왼쪽 풀백 경험이 있다. 나는 왼쪽 풀백에 왼발잡이를 선호한다. 하지만 김진수, 박주호가 프리시즌을 잘 소화하지 못했다. 그래서 둘을 제외하고 이렇게 구성했다. 최근 수원 경기를 보니 홍철이 복귀했다. 아직 많은 경기를 뛰지 않았는데 앞으로 관심 있게 지켜보겠다.

-이청용이 지난 3월 이후 6개월 만에 대표팀에 복귀했다.

▶프리시즌도 다 소화했고, 리그에서도 2경기 연속 선발로 나오고 있다. 세계 최고 리그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선발로 활약하는 선수를 제외할 마땅한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중국이 최근 클럽 축구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중국 축구에서의 투자는 외국인 선수를 데려오는 것이 상당수다. 하지만 이것이 당장 중국 축구 발전에 직결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본다. 장기적으로는 향후 중국 대표팀에도 도움을 주겠지만, 시작된지 오래되지 않았다.

-중국이 한국전을 앞두고 스리백으로 전술을 바꿨다고 들었다.

▶중국의 구체적 계획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하지만 중국이 안정적인 수비를 바탕으로 경기를 펼칠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전방에서 상대의 좁은 공간을 대응해야 할 것이다. 감독 교체, 스리백 전환에 대한 정확한 의미는 알 수 없다.

-석현준의 늦은 합류로 인국전 최전방 공격수는 황희찬 뿐이다.

▶섣불리 말하기 힘들다. 우리 팀에는 최전방에서 뛰어본 선수가 손흥민, 지동원, 구자철 등 많다. 소집 후 천천히 생각하도록 하겠다.

-2경기 어떤 축구를 원하는가.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이미 강조했지만, 일단 중국전 때 경기장에 많이 찾아와서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달라. 응원이 필요하다. 경기장이 꽉 찬 상황에서 경기를 하는 것이 선수들에게 큰 의미가 있다. 전체적으로는 공수 균형을 잘 갖추는데 주안점을 둘 계획이다. (경기를 잘하고도 진)온두라스와의 올림픽 8강전과 같은 장면이 나온 것은 팀의 균형이 갖춰지지 않아서다. 한 번에 당하는 역습을 대비해야 한다.

-앞으로 코칭스태프 운영 계획은 어떻게 되는가.

▶골키퍼 코치에는 원래 이운재 코치가 오기로 했다. 하지만 최근 팀 내부적으로 김봉수 코치, 박건하 코치가 떠나고 기술위도 바뀌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다. 팀이 계속 바뀌면 가족과 같은 분위기를 유지하는데 어려울 수 있다. 이런 어수선함을 피하기 위해 내가 차상광 골키퍼 코치와 함께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신태용 코치 복귀는 임대 복귀한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신 코치를 비롯해 와일드카드 3명(손흥민, 석현준, 장현수)과 권창훈의 복귀는 당연한 것이다. 그의 복귀를 환영한다.

저작권자 © 대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