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앞둔 中, 북한 도발에 '눈감아주기' 안 된다

사드 반대 입장에도 한중관계 개선 의지 보여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 배치 결정으로 한때 최악을 찍었던 한중관계에 최근 숨통이 트이는 신호가 감지된다.
지난 7월말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때까지만 해도 사드 배치에 반발해 '우리 보란듯' 북한과 친분을 과시했던 중국이 최근 국제사회의 대북 규탄 움직임에 호응하고 한중관계 개선에 의지를 보인 것이다.
지난 24일 한중일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한 중국 왕이 외교부장은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여전하다면서도, 이와 관련해 우리측과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처음으로 피력했다.
이뿐 아니다.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를 규탄하는 언론성명을 채택하는 과정에도 지난번처럼 문안에 사드 반대 입장을 넣어달라는 등의 무리한 요구로 훼방을 놓지 않았다.
중국의 태도변화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주요 외교일정을 앞두고 여러 이해관계로 복잡한 중국의 속내가 반영됐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일본 마이니치 신문은 28일 안보리 대북 규탄성명에 동참한 중국의 결정이 성공적인 G20 개최를 위해 "대(對) 한미일 관계에서 협력 관계"를 강조한 결과라고 보도했다.
중국이 올 하반기 가장 중요한 외교 과제로 삼고 있는 G20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무리하게 북한을 감싸면서 한미일과 각을 세우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또한 북한이 최근 빠른 속도로 SLBM 전력화를 증명해 보이고 5차 핵실험을 노골화한 점도 중국에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중관계에 긴장감을 주기 위해 북한을 눈 감아주기에는 북한이 도을 넘었다는 것이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24일 SLBM 발사직후 "핵무기 병기화 사업에 박차를 가해 나가는 동시에 그 운반수단 개발에 총력을 집중하라"며 사실상 추가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 등을 통한 핵 능력 고도화를 지시했다.
지난 17일에는 북한 원자력연구소를 통해 핵연료 재처리를 통한 플루토늄을 생산하고 핵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고농축 우라늄을 만들고 있다면서 5차 핵실험 가능성으로 국제사회를 위협했다.
핵 실험과 같은 북한의 특대형 도발은 중국의 입장에서도 곤혹스럽다. 중국은 북한의 도발을 빌미로 한미일이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것을 원치 않을 뿐더러, 남중국해 분쟁 등으로 이미 갈등을 겪고 있는 미국과 한반도에 추가적인 전선을 형성하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중국이 복잡한 속내를 비친 이 타이밍을 틈타 사드 배치로 냉랭해진 한중관계를 회복하고 대북압박에 대한 중국의 지속적인 노력을 독려해야 한다는 조언도 제기된다.
한 외교 소식통은 "사드 문제로 한국이 미워졌다고 해서 평소 골칫거리로 여겼던 북한을 갑자기 좋아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지금이 한중관계에 외교력을 발휘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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