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간 경북 문경시에 소재한 신망애육원을 남몰래 후원, ‘내가 죽더라도 후원은 끊지 말아 달라’유언으로 남겨

▲故 구봉서 씨가 신망애육원을 방문해 기념사진을 찍은 모습 사진제공-신망애육원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이라는 유행어를 누구나 한 번쯤은 듣고 따라해 봤을 것이다. 이 유행어를 만든 코메디언 구봉서 씨가 지난 27일 별세했다. 생전 방송과 영화 등을 통해 많은 국민들에게 웃음을 주던 고인의 별세 소식 후, 고인이 남모르게 기부를 해 온 것이 밝혀져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경북 문경시 신망애육원 황영봉 이사(장로)는 30일 신망애육원에서 본지 기자와 만나 고인과의 인연에 대해 얘기를 들려줬다. 황 이사는 먼저 “고인께서 생전에 언론에 알리지 말라고 신신당부해서 밝히지 않았었다”며, “하지만 이제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알려야할 것 같아 인터뷰에 응한다”고 밝혔다.

황 이사는 “고인이 1979년에 한 일간지에 저희 보육원이 소개된 기사를 우연히 보시고는 한 걸음에 달려오셨다”며, “고속도로도 없던 시절에 이 산골을 유명한 TV스타가 찾아왔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영광이였다”고 고인과의 첫 만남을 회상했다.

고인이 보육원 직원들을 더욱 놀라게 한 것은 일회성 방문이 아니라 그 때부터 매 달 이어진 고인의 꾸준한 기부였다. 황 이사는 “고인이 그 때부터 지금까지 매 달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꾸준히 적지 않은 금액을 보내주셨다”고 밝혔다. 또한 방송 활동으로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보육원을 방문해 아이들과 어울리며 애정을 드러냈다. 아이들과 함께 놀면서 감동과 웃음을 선사한 고인은 아이들에게 또 하나의 ‘아버지’같은 존재였다.

황 이사는 “1년도 하기 힘든 후원을 40년 가까이 꾸준하게 한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라며, “교통도 좋지 않던 시절에 문경까지 몇 시간을 달려와 함께 찍었던 사진을 보면 존경스러울 뿐이다”라고 말했다. 보육원 측은 그간 고인의 후원을 받아 약 650여 명의 아이들이 건강한 사회인으로 배출됐다고 밝혔다.

고인은 평소 가족 등 가까운 사람에게도 이 같은 후원 활동에 대해 알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부인 정계순 씨는 “너무 오래돼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매달 꾸준하게 후원해왔다”며, “고인의 마지막 말도 내가 없더라도 보육원 후원은 끊지 말아 달라였다”고 말했다. 황 이사는 고인과 유가족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는 말을 잊지 않고 덧붙였다.

한편, 신망애육원은 1954년 故 황용석 장로가 6.25동란 직후 전쟁고아 12명을 보살피며 시작돼, 지금까지 800여명이 넘는 아이들을 양육했다. 현재는 60여명의 학생들이 머무르고 있다.

황영배 원장은 “우리 보육원 타 기관들과 달리 아이들이 사회인으로 완전히 정착하는 단계까지 보살피려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아이들이 하나라도 더 배울 수 있도록 최대한 돕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보육원은 후원자들의 후원금과 블루베리 농장 운영 수익으로 운영되고 있다.

신봉경 기자·조시현 기자

▲생전 고인은 아이들을 한 번이라도 더 찾아보고 같이 어울리려 노력했다. 사진제공-신망애육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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