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 앞에서는 말없이 눈물만 흘려檢, 조사 중 체포 가능성 배제 안 해

박근혜 정부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60·최서원으로 개명)가 각종 국정농단 의혹에 대한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에 출석했다.최순실 의혹 검찰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중앙지검장)는 31일 오후 3시 최 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이날 출석시간에 맞춰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에 모습을 드러낸 최 씨는 검찰청사 안으로 들어가면서 울먹이는 목소리로 "죽을죄를 지었습니다"라고 짧게 말했다. 이어 엘리베이터를 향하면서 "죄송합니다, 국민 여러분 용서해주십시오"라고 다시 울면서 말했다.최 씨는 검찰청사 안에 들어가기 전에는 '한 말씀 부탁드린다', '하시고 싶은 말씀을 해 달라'는 취재진의 요청에 단 한 마디도 대답하지 않았다.

검은색 모자를 쓰고 나타난 최 씨는 취재진의 질문에 모자를 더욱 깊게 눌러쓰며 눈물만 흘렸다.최 씨 주변으로 취재진 수십여 명이 뒤엉키면서 최 씨는 검찰수사관들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검찰청사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최 씨 출석 이후인 오후3시20분쯤 검찰 조사 입회를 위해 나타난 최씨 변호인 법무법인 동북아의 이경재 대표변호사(67·사법연수원 4기)는 "최 씨에 대한 검찰수사가 시작됐기 때문에 변호인으로서 심문에 입회하려고 한다"며 "필요하면 접견을 요청하겠다. 그 동안 여러 상황 때문에 최 씨와 밀착된 접견을 하지 못해 검찰에서 시간이 허용되는 대로 얘기하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 "증거인멸에 대한 여러 가지 의혹이 있지만 어제 하루 동안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있어서 인멸할 여지가 전혀 없다"며 "인멸한 부분도 있을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이어 "(최씨가) 지금 건강이 대단히 안 좋은 상태에 있다, 심장 부근에 약간 이상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며 "이런 부분도 검찰수사 담당자에게 얘기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최 씨에 대한 조사는 최 씨 고발사건을 최초로 맡았던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가 먼저 진행할 계획이다. 특별수사본부 구성 후 투입된 특수1부 검사들은 형사8부의 조사가 끝난 후 최 씨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다.검찰은 이날 특별수사본부에 첨단범죄수사1부 검사 6명도 투입했다. 첨단범죄수사1부 검사들은 추가로 제기된 의혹 사항들에 대한 수사를 맡을 계획이다. 검찰은 조사 진행 도중 최 씨를 긴급체포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이 최 씨를 상대로 풀어내야 할 의혹들은 산더미 같이 쌓여 있는 상황이다. 최 씨가 받고 있는 의혹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비선실세 국정농단' 의혹이다.최 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을 사전 입수해 수정까지 거쳤다는 의혹이 JTBC 보도를 통해 폭로되면서 논란은 일파만파 커져갔다.

최 씨가 대통령 연설문 외에 각종 외교·안보문서를 사전에 제공받아 검토했다거나 정부 요직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등 일부 관계자들이 최 씨에게 인사 청탁을 하고 청탁에 따른 인사가 실제로 이뤄졌다는 정황이 폭로되기도 했다.

특히 승마선수인 딸 정유라 씨(20·정유연에서 개명)가 승마대회에서 준우승을 한 후 이어진 문체부 감사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당시 정씨 측에게도 문제가 있다는 감사 결과를 낸 노태강 전 체육국장과 진재수 전 체육정책과장 등은 한직으로 좌천된 끝에 사표를 제출했다.

또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운영 개입, 자금 유용 의혹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대한 자금 출연 압력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통상 재단설립에는 일주일 정도가 걸리지만 미르·K스포츠재단은 하루 만에 설립 허가를 받아 정부로부터 설립 과정에 특혜를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 전경련이 대기업으로부터 불과 며칠 만에 800억 원대 자금을 모아 미르재단에 486억 원, K스포츠재단에 288억 원을 출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청와대, 최 씨의 강압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최 씨는 비덱 스포츠 유한회사와 더 블루K 등 회사를 통해 K스포츠재단 자금을 빼돌려 정씨 독일 생활지원에 사용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비덱 스포츠 유한회사는 최 씨 모녀가 독일에 설립한 회사로 K스포츠재단 사업을 수주해 재단 돈을 확보한 적이 있다. 또 더 블루K 역시 최 씨가 실소유주라는 의심을 받고 있는 회사로 K스포츠재단 직원들이 이 회사로 출근해 정씨 독일 생활을 도왔다는 폭로가 나온 적도 있다.검찰은 이와 관련해 최 씨 모녀의 비덱을 통한 자금세탁, 탈세 등 혐의로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최 씨 모녀는 독일에서 회사를 설립하거나 주택, 말 등을 구입하기 위해 외화를 밀반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비덱을 중심으로 8개가 넘는 차명회사를 세워 자금세탁, 탈세 창구로 이용했다는 의심도 사고 있다.이 밖에 최 씨는 정씨에게 입시, 학사 관리에서의 특혜를 주도록 이화여대 총장, 교수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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