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 돕자” 온정 봇물
▶대구에서 ‘키다리 아저씨’로 알려진 한 60대가 올해도 성탄절에 즈음해 거액의 성금을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했다.
그는 지난 23일 오후 대구공동모금회에 전화를 걸어 모금회 직원을 사무실 아래로 불러낸 후 봉투 하나를 건네고는 홀연히 사라졌다.
봉투 안에는 1억 2천여만 원이 찍힌 수표와 신문 전단 뒷면에 “정부가 못 찾아가는 소외 이웃을 도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고 적은 메모가 나왔다.
그는 감사 인사를 하는 직원에게 “메모에 쓰여 있는 내용처럼 소외 이웃을 잘 지원해달라”는 말만 남기고 사라졌다.
이 키다리 아저씨는 2012년 1월 처음 대구공동모금회를 찾아 익명으로 1억 원을 내놓으며 나눔을 시작했다.
이어 같은 해 12월 대구공동모금회 근처 국밥집에서 1억 2천 300여 만 원을 전달한 뒤 해마다 성탄절 즈음 1억원 이상을 기부했다.
지난 5년간 6차례에 걸쳐 그가 기부한 돈은 모두 7억 2천여 만 원이다. 대구공동모금회 역대 개인 누적 기부액으로는 규모가 가장 크다.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에도 28일 성금 기부를 알리는 50대 추정 남성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그가 말한 현장에서 A4용지 박스를 수거한 결과 박스 안에는 지폐와 동전을 합쳐 5천21만7천940원이 들어있었다. 안쪽에는 또 “소녀소녀 가장 여러분 힘든 한해였지만 우리에게는 희망이라는 선물이 있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내용의 쪽지도 있었다.
동사무소 직원들은 지난해와 같은 모양의 A4용지 박스인 데다 그가 남긴 메시지 내용 등을 볼 때 지난해에도 찾아온 ‘얼굴없는 천사’와 같은 인물로 보고 있다.
2000년부터 시작된 얼굴없는 천사의 선행은 그간 숱한 조명을 받았다. 그의 선행이 전국으로 확산하면서 그가 누군인지를 확인하려는 각 기관과 언론의 관심이 컸다.
하지만 얼굴없는 천사의 신분은 지금까지 베일에 가려져 있다. 본인이 신분 노출을 극도로 꺼리기 때문이다.
▶11월 30일 대형화재로 점포 679곳이 탄 대구 서문시장 4지구 상인을 돕기 위한 각계각층 온정도 이어지면서 최근까지 지원 성금액이 50억원을 넘어서고 있다.
전국재해구호협회가 지난 2일 모금에 나선 뒤 전국에서 성금 6천718건이 답지한 덕에 20일 만이다. 대기업과 기관·종교단체 등의 참여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 이웃의 아픔을 함께 나누려는 또다른 이웃들의 숨은 기부도 잇따르고 있다.
유명 방송인 유재석, 한류스타 박신혜도 각각 5천만 원을 기부하면서 피해상인들에게 용기를 북돋아주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사랑의 온도탑은 대구가 작년 42.5도에서 올해 64.4도 가장 높다.
서울 28.3도, 부산 42도, 경북 35도 등 전국 평균 41.7도를 훌쩍 뛰어넘는다.
▶대구대학교 교직원들은 십시일반으로 월급에서 나누어 낸 돈으로 최근 경산시 하양읍에 사는 홀몸노인 가정 등 어려운 이웃에게 연탄 5천800여 장을 전달했다. 연탄 전달 행사에는 대구대 재학생, 교직원 등이 직접 참여했다.
울릉군 여성단체협의회와 에덴수산은 지난 26일 울릉군청을 방문해 이웃돕기성금으로 190만원과 100만원을 맡겼다. 포항시 북구 송라면 노인회는 22개소 경로당 회원들이 십시일반 성금을 모아 115만원을 기탁했다. 수년째 이어가고 있는 세밑 온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