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근 주필·한동대 특임교수

 

올 설의 으뜸가는 화두는 표창원 의원의 누드화 파문이었다. 구정을 쇠는 한국 사람들은 서로 안부를 묻고 어렵지만 한 해를 슬기롭게 살아가자는 덕담을 나누고 세상 돌아가는 말들을 나눈다.

그래서 안부 인사가 끝나면 정치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데 금년에는 모든 화제가 표창원으로 시작되어 표창원으로 끝났다. 표창원이 나오면 첫마디가 쌍욕부터다. 저런 인간들이 국회의원이니까 나라가 이 지경이 되었다고 흥분을 하였다.

표창원은 지난달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BYE! 전'이라는 그림 전시회를 개최하였는데 이 전시회에 ’더러운 잠‘이라는 작품이 있었다. 에두아르 마네(Edouard Manet)의 ’올랭피아‘를 패러디한 것으로 나체의 머리에 박근혜 대통령의 얼굴을 합성한 것이다.

참으로 보기가 민망하였다. 어떻게 저런 그림을 국회회관에서 전시하겠다는 구상을 하였을까? 보통 사람의 상식이라도 가졌다면 이런 기행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더욱이 상대는 지금 탄핵 문제로 궁지에 몰려 있는 상황인데, 죽는 사람에게 더 밟아 죽이겠다는 정치적 계산이 없었더라면 이런 망나니짓은 엄두도 내지 못하였을 것이다.

사건이 터지자 해괴망측한 궤변을 늘어놓았다. 전 국민이 용서할 수 없다고 아우성인데 진솔한 사과는 없고, “행위예술”이니 “정치 영역과 예술의 영역이 다르다”니 하면서 해괴망측한 논리를 폈다.
비교적 대통령에 비판적인 한국 여성 민우회는 ‘예술의 자유’가 아니라고 하면서 표 의원이 SNS에 올린 해명에 대하여 여과 없이 칼날 같은 비판의 글을 올렸다. 한국 여성 단체 연합은 범죄행위라면서 “인격 비하, 여성 비하, 저질적 성희롱 행위”라면서 국격을 추락시킨 것이라고 비판하였다.

표 의원이 말한 행위예술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표현의 자유’는 개인의 인격을 살해하여도 무방한 것인가? 표현의 자유라 하여 패러디나 하고, 거기에 아무나 갖다 붙여도 상관없다면, 그 그림을 그린 작가의 가족을 그 자리에 붙여놓아도 표현의 자유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고들 한다.

마네가 살아 있었더라면 이 그림을 갖고 장난 짓 한 표절 작가를 그냥 두지 않았을 것이다. 필자도 사실은 마네가 그렇게 대단한 인물인지는 몰랐다, 이 사건이 터지고 마네에 대한 여러 자료를 취합하면서. 르네상스 이후 400년간 이어오던 원근법이라는 회화 기법을 바꾼 위대한 작가인 것을 비로소 알았다.

이런 대가의 그림을 갖고 보복성 도구로 이용한 것뿐인데 무슨 ‘예술’이네, ‘행위’네 하는 말장난이나 하면서 예술이란 고귀한 영역을 욕되게 하니 참으로 가소로운 일이다. 이따위 짓들을 하니까 블랙리스트가 나올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표창원 의원은 정직하지 못한 정치인이다. 잘못했으면 진솔한 사과를 해야 한다. 차라리 “전시회를 도와주었지만 작품은 보지 못한 불찰이었다. 즉시 철거하겠다”고 사과하였더라면 이 지경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이다.
민주당도 당 차원에서 국민들이게 사과하고 표창원에 대해서는 당에서 적절한 조치를 일찍 취하겠다고 다짐하였더라면 사태는 원만하게 수습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당이 너무 안이하게 대처하였다. 더욱이 각 당의 여성위원들마저 여성비하라고 성토하는데 민주당에서는 뒤늦게 여성의원들이 들끓는 여론을 외면하지 못하고 형식적인 성명을 발표했다.
누드화 사건은 시간이 갈수록 여론이 더 고조되고 있다. 비판 층이 여성들만이 아니다. 남성들은 이번 기회에 ‘저질 국회’를 해산시키고 새로운 정치풍토를 조성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미래가 없다고 개탄들 하고 있다. 이 사태를 정치권이 어떻게 정리하려는지 두고 볼 일이다.

표창원은 박 대통령을 창피 주려다가 지금 엄청난 창피를 당하고 있다. 이런 것을 두고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 는 말인지 몰라도 정말 ‘말’로 받고 있다. 그 내용은 너무 민망한 것이어서 차마 말이나 글로 표현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표 의원 가족들이 볼까 봐 겁이 난다.
여기서 꼭 말하고 싶은 것은, 표창원 의원이 경거망동한 짓을 하였다 하여 그 보복을 이런 식으로 하지 말자는 것이다.

지금 SNS에 떠돌고 있는 부끄러운 사진이나 글을 올리는 것은 표창원과 하등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표창원이 저지른 죄는 밉지만 그렇다고 하여 똑같은 짓거리로 죄 없는 그 가족들이 당할 수치심을 생각해보지 않았는가?

문재인 전 대표가 숨겨놓은 보물이라면서 지난해 총선 때 인재 영입 1호 당 공천을 받은 사람이 표창원 의원이다. 그렇다면 문재인은 사람도 볼 줄 모르면서 무엇을 하겠다고 설치는가하는 의문을 지울 수가 없다.

‘더러운 잠’의 패러디는 세월호 7시간을 의미하는 것인 것 같은데, 이미 다 밝혀졌다. 누구와 연애를 하였다니, 굿을 하였다니 하여 혼자 사는 여성 대통령을 조롱하고 수치심을 주려는 비열한 계획은 모두 끝났다.
더 이상 나라를 흔들지 말자. 한국 국민들은 위기가 닥치면 일어서는 의지가 있다. 나라가 어려우면 의병을 일으키는 나라다. 촛불을 뒤엎은 태극기의 물결도 같은 개념이란 사실을 헌제나 특검이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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