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24일 영장발부, 총기는 국과수 감식 중

농협 총기강도사건은 1억여 원의 빚을 진 평범한 농부가 생계에 어려움을 겪자 한 달 전부터 치밀하게 준비한 계획범행이었다.

24일 경북 경산경찰서가 공개한 경산 자인농협 하남지점 총기강도 사건 수사 결과에 따르면 범행에 사용된 총기는 피의자 김모씨(43)가 2003년 전 직장 상사의 지시로 가재도구를 챙기기 위해 방문한 경북 칠곡에 있는 상사 지인의 집에서 습득한 것이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전 직장 상사의 지시로 숨진 상사 지인의 주택 창고에서 우연히 총을 발견해 호기심에 들고 나와 지금까지 보관해 왔다"고 진술했다.

범행에 사용된 총기는 미국 레밍턴사(RAMINGTON RAND INC)에서 제조한 45구경 권총이며, 총기번호는 지워진 상태다.

경찰은 모델명으로 미뤄 1942~1945년 생산된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총기 출처를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했다.

하지만 누가 빈집에 권총과 실탄을 뒀는지는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 진술이 사실인지도 확인해야 하는데 현재 거짓말할 이유가 없어 신빙성이 높다고 본다"며 "총기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식을 맡긴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총기 도난이나 분실 신고는 들어오지 않았다.

김씨는 "처음부터 쏠 생각으로 총을 들고 가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농협 직원과 몸 싸움을 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총을 쐈는데 총알이 나갔다는 것이다. 총알은 사람에게 맞지 않아 인명피해는 없었다.

경찰은 지난 23일 오전 김씨 집에서 약 700m 떨어진 지하수 관정에서 권총 1자루와 실탄 11발을 발견해 압수했다. 실탄 18발을 감췄다는 피의자 진술을 바탕으로 나머지 7발을 계속 수색 중이다.

또 범행에 이용한 자전거와 농협에서 빼앗은 현금 1천563만원 가운데 1천190만원도 압수했다. 김씨는 나머지 돈을 옷을 사는 등 가족을 위해 썼다고 밝혔다.

한편 그는 지난 20일 경산시 남산면에 있는 자인농협 하남지점에 방한 마스크, 모자 등으로 얼굴을 가리고서 권총을 들고 침입해 1천563만원을 빼앗아 달아났다.

경찰은 22일 충북 단양 한 리조트 주차장에서 김씨를 붙잡아 23일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며 법원은 24일 영장을 발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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