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본은 1945년 전쟁에서 패한 후에도 천황제를 존속시키고 있다. 이러한 천황제는 명칭이 상징천황제라는 이름으로 헌법상의 지위를 획득하여 존속하고 있다. 상징이라는 이름이 어떻게 붙여졌는가는 논외로 하더라도 천황제가 엄연히 국가의 기구로서 존속하고 있으며 천황의 상징역할은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상징역할에만 머물러야 할 천황제는 오랜 기간에 걸쳐 차츰차츰 그 지위를 강화시켜오고 있다. 여기서 그 증거들을 밝힘으로써 일본이 왜 역사를 반성하지 목하는 이유를 밝히겠다.

첫째, 야스쿠니신사 참배 문제이다. 일본은 해마다 정부의 각료들이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강행하고 있다. 야스쿠니신사는 명치유신이후에 천황에게 목숨을 바쳐 충성한 측근들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세워진 것이다. 이 신사의 큰 특징은 명치정부가 국민의 천황에 대한 충성심을 고양시키기 위하여 신도라는 종교와 결합시켜서 천황, 군대, 신사라는 세 가지 요소가 일체화 되어 있다는 점이다. 특히 야스쿠니신사는 청일전쟁과 러일전쟁, 제1차 세계대전, 만주사변, 중일전쟁, 태평양전쟁 등 연이은 전쟁에 희생된 사람들의 위령과 진혼을 위한 종교시설로, 천황이 이곳을 직접참배 함으로써 전몰자들이 무한한 영광을 받게 된다는 성격 때문에 유족을 비롯한 전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천황에 대한 충성심과 군국주의를 뿌리내리게 하는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야스쿠니신사와 천황과의 관계는 곧 야스쿠니신사의 공식참배는 곧 천황에 대한 존경과 복종심의 강요이며 천황제이데올로기공세이기도 하다. 또한 이는 천황의 권위강화로 이어져서 천황제에 기초한 보수, 우경화의 형성이라는 등식을 가능하게 한다.

둘째, 원호(년호)법제화의 문제이다. 일본국민의 천황제 지지의식을 확대재생산하는 이데올로기 장치로서 야스쿠니신사 참배 외에 원호(년호)의 법제화를 들 수 있다. 원호의 법제화에 찬성하는 사람은 국민의 상징이 천황이며 천황제의 상징은 원호라는 논리를 견지한다. 이러한 논리는 현제에 이르기까지 원호 유지론 속에 살아 있다. 즉, 일본국 및 일본국민 통합의 상징인 천황의 수명과 직결되는 원호를 시간의 기준으로 삼는 이상 이것은 헌법정신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결국 원호법제화란 원호라는 새로운 제도를 창출하여 천황의 권위를 한층 강화함으로써 시간이라는 국민들의 일상생활의 영역을 직접 지배하고자 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셋째, 히노마루와 기미가요의 강제문제이다. 이미 말한 야스쿠니 신사참배, 원호법제화 이외에 정치권력이라는 조타수에 의해 위로부터 강요되는 히노마루(일장기)의 게양과 기미가요(애국가)의 제창도 국민들의 천황제의식을 고취시키고 확대재생산하기위한 이데올로기 장치로서 강력히 기능한다고 볼 수 있다. 나카소네 정권은 천황의 권위를 강화하기위하여 히노마루와 기미가요를 강제하는 문부성의 학습지도 요령안을 전국 교육위원회에 시달하였다. 히노마루는 일본의 태양신인 아마테라스 오미카미, 그 자손인 천황, 신국 일본을 연상하는 디자인으로 교육하였다. 기미가요는 일본천황의 치세가 천년만년 아니 영원토록 번영한다는 내용을 담은 노래이다. 따라서 히노마루와 기미가요의 강제는 천황가문의 상징을 절대적으로 신성시하는 것이 외에 다름 아닌 것이다.

이상의 일련의 증거들은 천황제를 강화하고 일본국민들의 의식을 끊임없이 지배하고자 하는 표시들이다. 일본의 정치 권력자들은 천황제의 상징들을 끊임없이 전전의 위치로 되돌려 놓으려고 시도하고 있으며 그것이 헌법으로 명시되고 잇는 실정이다. 아소 다로, 아베 신타로 등 일본의 자민당 실세들은 천황제의 부활을 노림으로써 자민당정권의 영속성을 추구하고자 한다. 한국은 이러한 일본 집권세력의 동향을 심층 분석하여 다시는 이웃나라를 침략하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태세를 갖추어야 한다.

우리는 두 번 다시 일본의 식민지를 경험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앞으로 일본의 천황제강화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이를 물리칠 국력과 정신무장을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대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