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포 포항명성교회 담임목사

어린 시절 소는 친구였고 하나의 가족이었다. 새벽 일찍 시골 동네는 긴 행렬로 소를 몰고 산으로 향했다. 소에게 풀을 먹이기 위해서 동네 사람들은 아침 일찍 일어났다.

소를 산에 올려놓고 점심 때쯤 소들이 산 밑으로 내려오면 다시 소를 몰고 집으로 왔다. 점심을 먹고 또다시 소를 몰고 산으로 들판으로 갔다. 유년시절 소를 먹이면서 필자는 항상 문학책을 손에 들고 다녔다. 그때 읽은 책은 지금의 필자를 문학 소년으로 만들었다. 때로는 콩사리 밀사리 감자를 구워 먹기도 했고 이산 저산 다니면서 알밤을 줍거나 도라지를 캐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어릴 때 추억은 소와 함께 낭만과 사랑과 서정적인 감성에 젖은 또 하나의 그리움이었다.

올해 2021년 신축년은 소의 해다. 소는 오래전부터 인간과 가장 친숙한 동물이다. 유년시절에는 집집마다 소 한 마리는 키웠다. 소는 생활의 일부분이었다. 소가 주는 몇 가지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첫째, 소는 풍요와 부요의 상징이다. 소는 재산증식이었다. 소를 팔아 논과 밭을 샀고, 소를 팔아 자식들 공부시켰다. 이렇게 소는 농가의 가장 중요한 재산으로 여겼다.

둘째, 소는 힘과 우직함을 상징한다.

지금은 기계로 농사를 짓지만, 오래전에는 소가 농사를 지었다. 소가 밭을 갈고 논을 갈았다. 소는 사람을 위해서 한평생 일도 하고 마지막에는 자기 몸까지 다 내어주는 헌신적인 동물이다.

셋째, 부지런함과 근면 성실의 상징이다.

소는 원숭이처럼 잔재주는 없지만 부지런하다. 근면하고 성실하다. 소는 오랫동안 농경사회의 가장 기본적이고 큰 노동의 원천이 되어왔다. 농사를 근본으로 여겼던 우리 조상들은 묵묵히 일하는 근면 성실한 소의 힘을 빌려서 농사를 짓고 부를 축적했다. 옛사람들은 입춘 전후에 풍년을 기원하며 흙이나 나무로 만든 소 인형을 세우기도 했다. 이런 긍정적인 모습뿐만 아니라, 다른 한편으로 어리석거나 고집이 세다는 이미지도 함께 가지고 있어 ‘황소고집’ 또는 ‘소귀에 경 읽기'라는 속담도 있다.

성경에도 소의 이야기가 있다. 하나님의 임재를 상징하는 법궤를 수레에 싣고 벧세메스로 올라가는 암소두마리의 이야기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을 상징하는 법궤를 이방나라 블레셋 사람들에게 빼앗겼다. 그들은 법궤를 가져오면 나라가 번창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법궤가 짐이 되고 재앙이 되었다. 그래서 법궤를 이스라엘로 되돌려주게 되는데 이때 암소 두 마리가 법궤를 수레에 싣고 이스라엘 땅 벧세메스로 올라간다.

암소 두 마리는 아직까지 멍에를 메어 본적이 없다. 그러나 두 마리 암소는 협력해서 법궤를 무사히 목적지까지 싣고 간다. 그런데 두 마리 암소는 젖을 먹는 새끼들을 집에 놔두고 왔다. 법궤를 메고 가면서 두 마리 암소는 눈물을 흘린다. 집에 젖먹는 새끼들이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마리 뒤를 돌아보지 않고 벧세메스 길로 바로 행하여 갔다. 바른길로 간 것이다. 그리고 암소는 대로로 갔다. 정도를 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좌우로 치우치지 아니했다. 흔들림 없이 중심을 잘 잡고 목적지까지 갔다. 그런데 암소 두 마리는 법궤를 메고 사명을 감당하고 난 다음에 번제물이 되어 하나님께 드려지게 된다. 희생의 제물이 된 것이다.

소의 운명은 사람을 위해 일생을 헌신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도살장으로 끌려가서 최후를 마치게 된다. 사람을 위해 자기 몸을 온전히 내어주는 것이다.

코로나로 지금 우리 사회는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정신적으로도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다. 이를 때일수록 정치는 힘을 모아서 서로 협력하고 상생의 정치를 펼쳐야 한다. 여당과 야당, 진보와 보수는 서로 비판하고 공격하고 싸움만 해서는 안된다. 이제는 대안을 제시하고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살림의 정치를 펼쳐야 한다.

오뚜기는 아무리 흔들어도 넘어지지 않는다. 중심축을 잘 잡아주기 때문이다. 오뚜기는 무게중심이 바닥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위가 가볍고 아래가 무거우니 쓰러져도 다시 일어서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흔들릴 때가 있다. 가정도 흔들릴 때가 있고 사업도 흔들릴 때가 있다. 사랑도 흔들릴 때가 있고 믿음도 흔들릴 때가 있다. 때로는 건강 때문에 인생이 흔들릴 때가 있다.

흔들릴 때 넘어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흔들릴 때 더 단단해지고 견고해 지는 사람도 있다. 흔들리 때마다 우리는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사람이나 환경에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그렇다. 꽃도 바람에 흔들리면서 피고 비가 내려야 땅도 더 단단해지는 법이다.

소는 덩치나 힘이 어떤 동물보다 세지만 누구를 위협하지 못하고 고삐에 끌려 온순하기만 하다. 소는 짐을 옮기고 쟁기 메고 논밭을 갈면서도 수고한 대가를 바라지 않고 주인 위해 한평생 복종하고 죽어서는 자기 몸까지 바친다. 새해에 우리도 소처럼 흔들리지 말고 천천히 그리고 뚜벅뚜벅 걸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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