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정의당 초청으로 방한한 무라야마 전 총리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리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만나 일일이 손을 잡고 “건강하십시오”라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고 한다. 현직은 물론 일본 전 총리가 위안부 할머니를 만난 것은 지금까지 처음이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저녁 환영 만찬에서 “무라야마 담화는 일본 발전의 토대가 되는 것”이라며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의 역대 총리들은 대대로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한다고 내외에 밝혀왔다. 아베 총리도 계승한다고 얘기한다”면서 “계승하기로 약속했다면 일상관계 속에서 실천을 거듭해야 한다”고 밝혔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지난 95년 8월 15일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아시아 제국의 여러분에게 많은 손해와 고통을 줬다. 통절한 반성의 뜻을 표하며 진심으로 사죄한다”는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한 적이 있었다. 무라야마 전 총리의 이런 반성의 태도와는 달리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일본에 대한 비방 중상은 사실로 반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12일 교도통신은 중의원 예산위원회 답변을 통해 “잘못된 사실을 나열해 일본을 비방 중상하는 것에는 사실로 냉정히 반론하겠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특히 위안부 문제는 과거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이미 해결됐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을 되풀이 했다. 아베 총리의 이런 태도는 21세기 글로벌 사회의 동반자적인 태도에서 크게 벗어나는 행위라고밖에 볼 수 없다. 잘못을 정직하게 시인하고, 책임질 일은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한 도리임에도 전혀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는 한 국가의 총리로서 해야 할 말이 아니라고 본다.
종군위안부는 일본 정부도 1993년 당시 고노 관방장관이 일본군 관헌의 강제 동원 사실을 사과, 반성한다는 담화를 발표함으로서 인정한 사실이다. 현재의 일본 교과서도 종군위안부 내용이 수록되어 있다.
이번에 방한한 무라야마 전 총리는 그동안 “여러 가지 망언한 사람이 많은데 정말 부끄럽다”면서 “국민 전체적으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나빴다는 것을 알고 있음을 한국에서 이해해 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일본과 같이 제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가인 독일은 나치의 잘못을 통절하게 반성하고 사과한 결과 국제사회에서 존경과 신뢰를 박수를 받고 있다. 일본은 부끄러운 역사 사실을 숨기려고 하기보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참회함으로서 국제사회에서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잘못된 역사를 감춘다고 숨겨지는 것이 아니다. 숨길수록 부끄러운 국가가 된다. 역설적이지만 미 하원에서 종군위안부 결의안을 주도하는 사람은 일본계 의원이다. 아베 총리는 전 무라야마 총리처럼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배상을 하여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받는 총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대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