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군 둔치에서는 달집태우기를 비롯한 해마다 최대 규모의 대보름 행사가 펼쳐진다. 도주 줄다리기는 3000여 명이 참여하여 안녕과 화합을 다지는 군민축제로 승화되고 있다. 안동 하회마을의 정월 대보름 행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하회마을의 주산인 화산 중턱에 자리 잡은 서낭당에서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동제를 시작으로 길놀이와 지신밟기, 탈놀이 들이 펼쳐져 볼거리를 제공한다. 김천시는 시민대화합 줄다리기, 달집태우기 등이 펼쳐지고, 영천시에서는 마상무예, 곳나무싸움놀이, 아리랑태무시범, 쥐불놀이, 제기차기 등의 민속놀이를 펼친다. 경주와 구미에서도 달집태우기를 비롯한 전통 민속놀이를 즐기며 풍요를 빈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는 “초저녁에 횃불을 들고 높은 곳에 올라 달맞이하는 것을 망월(望月)이라 하며, 먼저 달을 보는 사람이 재수가 좋다”고 적혀 있다.
정월 대보름날 뜨는 달을 보며 한 해의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래서 농부들은 풍년이 들기를 기원한다. 정월대보름은 한해를 설계하고 시작하는 달로서 예로부터 설, 추석 이후로 가장 중요한 날로 각종 축제와 다양한 볼거리가 많았다. 나이가 쉰 이상이 된 성인들이 어렸을 적만 해도 보름날이 되면 깡통에 솔방울 넣고 불을 붙여 돌리면서 새삼밭에 불이요, 라고 외치기도 했고, 논밭둑에 여기저기 불을 옮겨가면서 쥐불놀이를 했다. 정월대보름의 유래는 정확한 기원은 알 수 없으나 고대 삼국시대 이전부터 전해져 오던 풍습으로 추측하고 있다. 농사를 중히 여기던 고대에는 보름달이 주는 의미가 컸다.
또 이 날이 되면 쌀, 보리, 조, 콩, 기장 다섯 가지 종류의 곡식을 섞어 만든 밥인 오곡밥을 먹었다. 오곡밥은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부럼은 음력 정월 보름날에 까먹는 잣ㆍ날밤ㆍ호두ㆍ은행ㆍ땅콩 등을 모두 일컫는 말이다. 옛 어른들은 부럼을 깨물면서 1년 동안 무사태평하고 만사가 뜻대로 되며 부스럼이 나지 말라고 기원했다. 깨무는 소리에 잡귀가 물러가 한해를 건강하게 보낼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도 단단해진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우리 조상들이 남긴 전통풍습은 농경시대의 유산이다. 농사에 종사하는 농민이 우리국민 전체의 5%도 안 되는 요즘, 아름다운 우리 풍습이 갈수록 사라지고 있어 아쉽다. 비록 살기가 힘들고 시대가 바뀌었지만 최근 들어 정월대보름 행사가 지역마다 조금씩 부활하고 있어 반갑기 그지없다. 대보름은 지나갔지만 보름달을 보면서 소원이 성취되도록 각오를 다지는 것도 나름의 의의가 있을 것이다.
대경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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