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궈안의 하대성(왼쪽)이 19일 열린 전북현대와의 ACL 16강 1차전에서 레오나르도와 공을 다투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News1

‘하비’ 하대성이 오랜만에 한국 팬들 앞에 섰다. 과거 FC서울이나 국가대표팀의 붉은 유니폼을 입고 있을 때와 비교하면 아무래도 낯설었다. 하지만 넓은 시야와 부드러운 볼터치, 간결하고 쉽게 공을 차는 그의 플레이는 여전히 하대성다웠다.베이징 궈안의 미드필더 하대성이 1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현대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 16강 1차전에서 선발로 출전, 풀 타임을 소화하면서 1-1 무승부에 힘을 실었다. 원정으로 펼쳐진 경기였기에 베이징에게는 값진 결과다.이날 베이징은 전반 12분 전북의 수비수 김기희에게 선제 골을 허용하면서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특히 전반은 내내 끌려갔다. 안방에서 실점하지 않기 위해 평소보다 더 수비적인 운영을 펼치던 전북에게 먼저 골을 내줬으니 베이징 입장에서는 답답했다. 이 엉킨 실타래를 풀어준 이가 하대성이다.전반의 하대성과 후반의 하대성은 역할이 달랐다. 전반전에는 수비 쪽에 치중했다. 하지만 후반전이 되자 보다 전진된 위치에서 공격적인 임무를 부여받았다. 변화와 함께, 바르셀로나의 ‘패스마스터’ 사비에 빗대 ‘하비’라 불리던 FC서울 시절의 모습이 나왔다.하대성이 적극적으로 움직이면서 베이징 공격은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후반 15분이 넘어가면서는 베이징이 주도권을 잡았다. 한 골을 지키겠다는 전북 선수들의 의욕이 과해 스스로 라인을 밑으로 내린 탓도 있으나 하대성이라는 조타수가 공격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밀린’ 인상도 적잖다.계속해서 전북을 압박하던 베이징은 결국 후반 40분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바탈라가 골을 성공시키면서 1-1 무승부를 만들어냈다. 전주성에서 골을 넣고 비긴 것은 베이징에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수훈갑은 단연 하대성이다. 패스면 패스, 드리블이면 드리블 종횡무진 필드를 누비던 하대성은 이 경기의 최우수선수로 선정됐다.한동안 잘 볼 수 없어 팬들이 잊고 있었던 하대성이 건재함을 과시했다. 적어도 전북전에서의 하대성은 충분히 대표팀에 다시 들어올 수 있는 경쟁력을 선보였다.하대성은 슈틸리케호 출범 후 단 한 번도 대표팀 유니폼을 입어보지 못했다. 지난해 5월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튀니지와의 평가전에서 후반 기성용과 교체돼 13분을 뛴 것이 마지막 A매치였다. 브라질 월드컵 최종명단에 포함됐으나 필드를 밟지는 못했다. 그리고 대회 후, 국가대표팀의 붉은 유니폼을 입은 하대성은 시야에서 사라졌다.슈틸리케 감독 부임 후 펼쳐진 13번의 A매치 동안 하대성은 전혀 기회를 잡지 못했다. 소집 명단에서도 그의 이름은 번번이 빠졌다. 속은 탔으나 선택은 감독의 몫이고, 하대성은 소속 팀에서 묵묵히 땀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기다림이 길었는데 하대성 앞에 좋은 기회가 찾아오는 분위기다.전북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고 대표팀에서 호출될 가능성이 갑자기 높아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대표팀의 현재 분위기와 맞물려 바라보면 충분히 여지가 있다.슈틸리케호는 오는 6월16일 미얀마와 2018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1차전을 앞두고 있다. 러시아를 향한 첫 관문이다. 미얀마가 강팀은 아니나 첫 단추라는 측면에서는 부담도 따른다. 이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대표팀에 적잖은 누수가 발생했다. 무엇보다 기성용의 부재는 큰 손실이다.기성용은 지난 17일 가벼운 무릎 수술을 받았다. 심각한 부상은 아니다. 스완지의 프리미어리그 성적이 8위로 확정됨에 따라 일찌감치 다음 시즌을 준비하기 위해 조치를 취했다. 스완지는 타격이 없으나 대표팀은 다르다.정상복귀까지 약 한 달이 필요하다는 진단과 함께 미얀마전 출전은 어려울 전망이다. 군사훈련 때문에 6월 A매치에 소집될 수 없는 구자철과 박주호의 존재까지 감안한다면 중원에 큰 구멍이 생긴다. 슈틸리케 감독으로서는 새로운 면면으로 허리라인을 구성해야하는 고민을 안게 됐다.미얀마전을 준비하는 대표팀은 6월8일 소집될 계획이다. 갑자기 새 얼굴을 찾기는 부족한 시간이다. 때문에 이명주(알 아인), 박종우, 장현수(이상 광저우 푸리), 한국영(카타르) 등 기존의 후보군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하대성 역시 그 범주에는 속할 수 있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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