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경산공설시장 내 청과지구 판매대 곳곳 상인들과 손님들 모두 표정이 밝지 않았다. 이날 홍로 사과 5㎏ 1박스 소매가격은 10만원 까지도 거래되었다.
상인들은 작년 추석에는 사과 1개에 3000원이면 됐는데, 올해는 2배 넘게 올랐다며, 사과값이 비싸다 보니 비교적 덜 오른 배·샤인 머스캣 등으로 과일 선물세트를 구성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추석을 앞두고 차례상에 올려야 할 과일 가격이 지나치게 올라 시민들의 부담이 크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 유통정보에는 지난 22일 대구지역 기준 사과(홍로) 상품 10㎏ 도매가는 9만원을 나타냈다. 지난해 같은 날 3만3400원과 비교하면 3배(169%) 가까이 올랐다. 배 15㎏ 평균 도매가격은 5만9000원으로, 전년(4만2000원)보다 40%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사과와 배 가격 상승은 봄철 이상저온과 여름철 폭염·폭우 등의 영향으로 작황이 좋지 않아 공급량이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반면 소고기와 일부 성수품 가격은 소폭 하락했다.
차례상 비용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소고기는 공급량이 늘어나면서 가격이 작년보다 떨어졌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3일 대구지역 소고기 양지(1+/100g) 가격은 5997원으로 전년 6692원 대비 7.7% 내려갔다.
추석 성수품 출하 물량이 늘어나면서 무·밤·동태·참조기 등의 가격도 소폭 하락세다.
aT는 16개 전통시장과 34개 대형마트를 대상으로 추석 성수품 28개 품목의 가격을 조사한 결과 올해 추석 차례상 차림 비용은 평균 30만3301원으로 작년보다 4.8% 줄어든 수준이라고 밝혔다. 업태별로는 전통시장이 26만7051원, 대형유통업체가 33만9551원으로 21.4%(7만2500원) 저렴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업체들이 그간 가격 인상을 미뤄왔지만 원자재 가격 인상 압박을 버티기 힘든 상태가 됐다며, 라면과 과자 외에도 가격 인상 품목이 확대될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국내 경기가 나빠서 서민들이 고통스럽다는 소리가 끊이질 않고, 코로나19 후유증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물가가 오르자 서민들의 시름이 어느 해보다 깊다. 서민의 주름살을 조금이라도 펴주는 물가안정에 정부의 관심이 절실한 시점이다.
올 추석은 몇 년 만에 가족과 친지들이 한자리에 모여 정을 주고받을 수 있는 자리가 됐지만, 밥상물가 고통에서 여전히 벗어나자 못하고 있다. 정부는 서민들의 주름이 펴질 수 있도록 신속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대경일보
webmaster@d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