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료계와 대화 환영… 실무작업 착수
이른 시간 내 마주앉아 논의할 자리 마련"
의대 정원 확대 개혁 완수"… 2000명 고수 입장

전의교협 "정원 배정 철회 뜻 있다면 대화
오늘부터 외래진료 축소 예정대로 진행"
고려대 의대 교수들 사직서…연세대도 곧 제출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기반으로 한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고 밝히자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가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결정 철회를 요구하며 자발적 사직과 주 52시간 근무를 예정대로 시작하겠다고 공언했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은 양보하지 못한다는 정부와 '2000명 증원 백지화'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의료계 사이의 입장 차이가 커서 양측이 접점을 찾지 못하면 의료 붕괴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5일 오전 서울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에서 열린 ‘고려대학교 의료원 교수 총회’에서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오전 서울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에서 열린 ‘고려대학교 의료원 교수 총회’에서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25일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며 "정부는 어제 전의교협이 국민의힘과 간담회를 갖고 정부와의 건설적인 대화에 나설 준비가 되어있다고 한 것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힌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관계부처가 협의해 의료계와의 대화를 위한 실무 작업에 즉시 착수했다"며 "빠른 시간 내에 정부와 의료계가 마주 앉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 공백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의료현장을 이탈한 전공의의 행정처분에 대한 유연한 처리방안을 당과 협의해 나가겠다"며 "의료계를 정책의 동반자로 생각하고 의견을 경청해 정책에 적극 반영할 것이다. 의료계와의 갈등 상황을 조속히 종결하기 위해 대화와 설득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앞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전의교협을 만난 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의료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행정처분을 유연하게 처리해 달라"고 대통령실에 요청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도 "당과 협의해 유연한 처리 방안을 모색해 달라"고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지시했다.

그러면서 "27년 만에 이뤄진 의대 정원 확대를 기반으로 의료개혁 과제를 반드시 완수하겠다"며 "끝까지 국민 여러분의 지지와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해 의료계와의 대화를 추진하면서도 '의대 증원'은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의교협은 즉각 입장문을 내고  "정부에 의한 의대 입학정원과 정원 배정의 철회가 없는 한 이 위기는 해결될 수 없다"며  "예정대로 전국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다"고 했다.

전의교협은 이날 오전 성명서를 내고 "24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의 간담회에서 '전공의 처벌은 의대 교수 사직을 촉발하고 의료체계 붕괴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를 전달했다"며 "전공의와 학생을 비롯한 의료진에 대한 고위공직자의 겁박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며, 이에 대한 정부의 책임 있는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의교협은 "입학정원 및 배정은 협의와 논의의 대상도 아니기에 (한 위원장과) 대화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입학정원의 증원은 의대교육의 파탄을 넘어 우리나라 의료체계를 붕괴시킬 것이 자명하다. 현재인원 보다 4배까지 증가한 충북의대와 부산의대 등 증원된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이미 교육이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되었다"면서 "정부의 철회 의사가 있다면 전의교협은 국민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모든 현안을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현재 입학정원의 일방적 결정과 연이어 대학이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정원 배분으로 촉발된 교수들의 자발적 사직과 누적된 피로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주52 시간 근무, 중환자 및 응급환자 진료를 위한 외래진료 축소는 금일(25일)부터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은 이날 연세의료원에서 기자회견 후 질의응답에서 숫자가 조정된다면 증원 자체에 대해서는 수용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김 회장은 "의대 교육 여건이나 의사 수 추계가 어느 정도 증명되는 상황에서 숫자가 발표되는 게 합당한 절차이며, 그래서 증원에 대한 백지화를 얘기하는 것"이라며 "저는 백지화가 '0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과학적 사실과 정확한 추계, 현재 교육 및 수련 여건에 기반한 결과가 나오면 누구나 수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고대의료원 산하 3개 병원(안암·구로·안산)의 전임·임상 교수들은 이날 오전 7시30분 각 병원에 모여 온라인 총회를 연 후 단체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연세대학교 의대 교수들도 의대 2000명 증원과 미복귀 전공의 면허정지 처분을 문제삼으며 계획대로 이날 오후 사직서를 일괄 제출하기로 결의했다.

세브란스병원과 용인세브란스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두고 있는 연세의대 교수 비대위는 "오늘 오후 6시 예정대로 사직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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