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이 지난 16일 의대증원·배분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의료계의 요구에 기각·각하 결정을 내리면서 2000명 의대 증원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정부와 의료계가 정상화를 위한 출구를 모색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의대정원을 두고 의정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교육계는 늘어난 의대 모집인원을 반영한 '2025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 계획'을 이번주 최종 확정해 심의·승인할 예정이다.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19일 의대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극한 대치가 19일로 석 달째를 맞았다.
앞서 정부가 2월 6일 2025학년도 입시부터 5년간 의대 정원을 2000명 증원해 5038명씩 뽑겠다고 발표한 지 2주가량 지난 2월 19일부터 전공의들의 사직이 본격화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병원을 떠난 전공의는 처음에는 전체의 절반가량이었지만, 점점 늘어 3월 말에는 93%까지 늘었다.
수련생 신분이지만 당직 근무를 도맡고 환자의 주치의 같은 중요한 역할을 도맡은 전공의들이 잇따라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이들이 떠난 대형병원은 휘청거렸다.
전공의들의 이탈과 함께 의대생들도 휴학으로 집단행동을 했다.
전공의가 없는 병원에서 피로가 누적된 의대 교수들은 정부의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이 임박하자 사직서를 내며 대치 전선에 뛰어들었다.
법정 의사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의대 증원 백지화' 주장을 반복하며 정부를 압박하며 갈등의 고리는 점차 깊어졌다.
의협 회원인 의사들은 강경파 임현택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뽑으며 대정부 투쟁 수위를 높이자는 의지를 드러냈다.
의료계는 '의대 증원 백지화'를 주장했지만 정부는 "흔들림 없이 의료개혁(의대 증원)을 추진하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정부는 총선을 앞둔 지난 3월 말 이탈 전공의들에 대해 '유연한 대응'을 하기로 방향을 틀며 의료계에 대화를 촉구했지만 대화는 성사되지 못했다.
정부와 의료계의 강대강 대치는 대화나 타협이 아닌 법원의 결정을 계기로 변곡점을 맞이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16일 의료계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배분 결정의 효력을 멈춰달라며 정부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의 항고심에서 각하·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날 판결에 따라 의대 증원에 제동이 걸릴지, 정부가 증원 추진에 정당성을 갖게 될지 이목이 쏠렸는데, 법원은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의 결정으로 의대 증원은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이대로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의정 갈등은 오히려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전국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 등 교수단체가 의대 증원이 확정되면 '매주 1회 휴무', '1주일간 휴무' 등 집단행동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앞서 의협과 의대 교수 단체 등은 17일 "재판부의 결정은 필수의료에 종사할 학생과 전공의, 교수들이 필수의료 현장을 떠나게 만드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이달 말 의대 증원 확정을 계기로 의료계의 반발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교육계에 따르면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이번 주(20∼24일) 안에 대학입학전형위원회를 열어 늘어난 의대 모집인원을 반영해 전국 대학들이 제출한 '2025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 변경사항'을 심의·승인할 예정이다.
각 대학은 5월 31일까지 대학별 홈페이지를 통해 △모집단위·전공 △전형별 모집인원 △세부 전형방법 △학교생활기록부 또는 대학수학능력시험 반영 방법 등을 담은 '수시 모집요강'을 발표한다.
정원을 새로 배정받은 32개 의대 가운데 의학전문대학원인 차의과대를 제외한 31개 대학 모집인원은 기존보다 1469명 늘어나고, 차의과대 정원은 40명에서 80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내년도 증원분을 50%(20명)로 정할 경우 내년도 의대 총증원 규모는 1489명, 증원분을 100% 다 뽑을 경우 총증원 규모는 1509명이 될 전망이다.
기존 정원을 유지한 서울권 대학까지 포함한 올해 국내 의대(의전원) 총 모집인원은 최소 4547명, 최대 4567명이다.
특히 '지역인재전형 선발 규모'와 '정시·수시모집 비율' 등 세부사항에 대한 수험생과 학부모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역인재를 많이 뽑는 비수도권 대학들의 경우 지역인재전형 비율과, '수능 최저등급기준' 등 세부 전형방식이 어떻게 나올지 큰 관심이 쏠린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현 고2에게 적용될 2026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이 2025학년도에도 적용된다고 가정할 경우 의대 지역인재전형 모집인원은 기존 1071명(54.0%)에서 1966명(63.2%)으로 거의 2배가 된다.
입시업계 관계자는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던 큰 변화지만, 수험생들은 우선 차분하게 6월 모의평가 준비에 집중하면서 앞으로 발표될 입시 세부사항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