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이 줄줄이 출마 선언을 마치면서 당권 경쟁이 본격화 됐다.

이들은 저마다 자신이 적임자임을 강조하면서도 '당정 일체'에는 한목소리를 냈다. 다만 '채상병특검법'과 '김건희특별법'에 대해선 온도차를 보였다.

국민의힘 차기 당권주자인 나경원 의원·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23일 오후 1시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한 시간 간격으로 출마 선언을 마쳤다.

이로써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앞서 출마를 선언한 윤상현 의원까지 포함해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분위기에서 중량급 인사들의 잇따른 당권 도전으로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4파전'으로 치러지게 됐다.

이날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한 후보 3명 중 가장 먼저 포문을 연 건 나 의원이었다.

나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 국민의힘을 책임지지 않는 정치, 염치없는 정치, 미숙한 정치에 맡길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총선 패배를 자초한 오판을 다시 반복할 수는 없다. 시행착오를 감당할 여유는 이제 없다"고 덧붙였다.

나 의원은 "국민의힘은 정말로 이길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승리는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결과로 입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도권 생존 5선 정치인의 지혜, 전략, 경험을 오롯이 보수재집권을 위해 쏟아붓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전 위원장도 이날 오후 2시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당 대표 출마의 뜻을 밝혔다.

한 전 위원장은 "민심에 반응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국민의힘을 만들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것으로 진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출마를 결심했다"며 차기 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이어 "당이나 정이 민심과 다른 길을 가면 한쪽에서 견고하고 단호하게 민심의 길로 견인해야 한다. 건강하고 수평적이며 실용적인 당정관계를 대다수 국민과 지지자, 당원들이 정말 바라고 있다"며 "제가 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전 위원장은 지난 4·10 총선 참패에 대해서는 "오로지 저의 책임"이라면서도 지난 두 달은 반성과 혁신의 몸부림을 보여드렸어야 할 골든타임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국민 요구에 묵묵부답하고 오히려 퇴보하는 모습만 보여드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두 달간 복기와 성찰의 시간을 보내며 국민의 준엄한 요구를 생각했다"며 "총선 패배의 경험을 변화와 승리, 정권 재창출의 토양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한 전 위원장은 "당이 정부와 충실히 협력하지만, 꼭 필요할 땐 합리적 견제와 비판, 수정 제안을 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겠다. 기준은 오로지 '민심'과 '국민 눈높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 전 장관도 이날 오후 3시 "당심과 민심을 대통령께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며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책임질 것"이라며 당 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원 전 장관은 "저와 당이 부족한 탓에 4⸱10 총선은 여당 선거인데 대통령을 설득하지 못했다. 지난 2년 무엇을 잘못했고 남은 3년 무엇을 잘해야 하는지 국민께 설명드리지 못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는 우리가 함께 만든 정부다. 저는 (대통령 선거) 경선의 경쟁자였지만 대선 공약을 책임졌고, 경제 부처 장관으로 국정에 참여했다"며 "윤석열 정부가 성공해야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원 전 장관은 윤 대통령과의 신뢰 관계를 강조하며 "신뢰가 있어야 당정 관계를 바로 세울 수 있다. 저는 대통령과 신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 여론과 당내 여론을 취합하는 ‘레드팀’을 만들어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하고 국민에게 보고하겠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차기 당권주자들의 줄줄이 출마 선언을 마치면서 '당권레이스'가 본격화된 가운데 후보들 사이에서 쌍특검법을 두고 유력 당권주자 '빅3'은 온도차를 보였다.

한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 주도로 '채상병특검법'을 추진해야한다고 주장한 반면, 친윤 지지를 업은 나 의원과 원 전 장관은 채상병특검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한 전 장관은 "특검을 반대하는 논리는 법리적으로나 정무적으로나 논리적"이라면서도 "그러나 국민들의 의구심을 풀어드릴 만한 여러 번의 기회를 아쉽게도 실기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진실 규명을 위한 특검을 우리 국민의힘이 나서서 추진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한 전 위원장은 "차기 당대표가 되면 공수처 수사 종결 여부와 무관하게 제3자가 특검을 고르는 내용의 해병대원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민주당도, 국민의힘도, 대통령도 아닌 공정한 결정을 담보할 수 있는 제3자가 특검을 고르는 내용의 채상병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했다.

반면 나 의원은 해병대원 순직 사건에 대한 경찰과 공수처의 수사가 우선이고, 수사가 미진한 부분이 있다면 특검법을 논의할 수 있단 입장을 되풀이했다.

나 의원은 이날 출마 선언 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 야당이 특검 발의한 방안을 보고, 엊그제 해병대원 특검법에 대한 법사위를 보면 진행 상황이 꼭 인민 재판 같다는 이야기들을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수사는 반드시 속도를 내주시고, 수사를 끝낸 다음 미진한 상황이 있고 진실 규명이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당연히 그때 가서 특검법을 논의할 수 있단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원 전 장관도 이날 오후 출마 선언 후 '채상병특검법' 관련 질문에 공수처 수사가 진행되는데 수사 결과가 미진하다면 먼저 특검을 요청할 수 있다. 이게 이미 여당에서 밝힌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 전 위원장이 제안한 '대법원장 등 제3자에게 특검 추천권을 부여하는 안'에 대해선 "현재 야당이 의석 수로 밀어붙이는 특검법이 기정사실화 돼 있는데 이걸 찬성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두고는 세 후보 모두 특검 도입에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다만 한 전 위원장은 당대표가 되면 김건희 여사 의혹과 관련해 특별감찰관 추진과 제2부속실 설치를 강력히 요구하겠다고 하며 차별화된 메시지를 던졌다.

한편, 대통령실은 이날 국민의힘 주요 당 대표 후보들이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것과 관련해 "극단적 여소야대라는 현 상황에 대한 진단과 해법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고, 후보들 간에도 치열한 논쟁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대통령실은 지난 21일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어떤 후보들에 대해서도 대통령께서는 똑같은 대우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대통령실은 "전당대회 결과로 나타나는 당원과 국민들의 명령에 충실하게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