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이 시점에 ‘읽씹’ 논란 제기, 위험한 당무 개입”
나경원 "한 후보 변명할수록 옹색.. 사실상 해당 행위"
원희룡 "본질은 당·대통령실과 논의도 않고 뭉갠 것"
윤상현 "한 후보 사과하고, 원 후보는 조금 자제해야"

유승민 "김 여사, 사과하면 되지 왜 한동훈 허락 받나"
배현진 "영부인 이용해서 전대 열세 뒤집겠단 자해극"
박지원 "국정농단으로 번질 수도...문자 내용 공개해야"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한동훈 후보의 김건희 여사 문자 '읽씹(읽고 무시)' 논란이 경선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한 후보는 적극 해명하는 등 방어에 나섰고 다른 당권주자들은 한 '배신의 정치'를 하고 있다며 총공세에 나서고 있다.  당권 주자 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당내 의원, 민주당 의원까지 가세해 공방을 벌이면서 전당대회 판도를 뒤흔들수 있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 여사 메시지 무시 논란은 지난 4일 CBS 라디오에서 김규완 CBS 논설실장이 김 여사가 지난 1월 18~21일 사이 명품백 수수 논란과 관련해 '당에서 필요하다면 대국민 사과를 포함해 어떤 처분도 받아들이겠다'고 문자를 보냈는데 한 후보가 이를 무시했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이에 대해 한 후보는 6일 유튜브 SBS 정치스토브리그 출연해 지난 총선 기간 김 여사가 보낸 문자를 읽지 않았다는 논란에 대해 "지금 이 시점에서 이런 얘기를 일부러 만들어내는 것은 비정상적인 전당대회, 당무 개입으로 많은 분들이 생각할 수 있는 위험한 일"이라며 "저는 이 문제를 언급하지 않으려 했다. 여러 가지 논란을 키우는 분들도 있는 것 같아서 몇 가지 말씀드리면 저는 좀 자제하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1월 당시 김 여사 관련 사과가 필요하다는 민심이 크게 일었고 제 입장에서도 필요한 일이었다"며 "제가 문제제기를 강하게 하고 있었고 대통령실에선 부정적 입장을 얘기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무에 관한 문제를 당대표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과 숙의하는 과정이었다. 물론 생각은 달랐다"며 "그런 상황에서 영부인께서 저한테 개인적인 방법으로 문자를 보낸다면 거기서 답하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이미, 소통은 충분히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또 "공적인 의사 소통과 논의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사적인 방식으로 관여하려는 대화가 이뤄지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만약 제가 대답한 것이 공개된다면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께서 '문제를 이런 사적인 통로로 해결한다는 말인가'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 시점에서 저만큼 보수 정치인 중에서 공개적으로 여러 적극적인 방법으로 (김 여사의)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없었다"며 "일각에서 김건희 여사가 사과하고 싶었는데 제가 허락하지 않았다는 것은 상황을 대단히 호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후보는 전날 YTN '신율의 뉴스정면승부'에 출연해서도 "문자의 내용도 사과하고 싶다는 말씀 표현도 있지만, 왜 사과를 하는 것이 안 좋은지에 대한 어떤 그 사유를 쭉 늘어놓는 부분도 들어 있다"면서 "전당대회를 앞두고 저에게 타격을 입고 상처를 주고 선동을 하기 위한 목적이라고밖에 해석할 수 없다. 전당대회에 이런 식으로 개입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항변했다.

이러한 해명에도 다른 당권 후보들은 한 후보를 향해 '변명', '해당 행위' 등의 비판을 쏟아내며 맹폭을 가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는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원외당협위원장협의회·첫목회·성찰과각오가 개최한 타운홀미팅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한 후보가 변명을 할수록 본인 입지가 옹색해진다"며 "총선의 가장 핵심적 당사자로서 (대통령과) 전혀 소통을 안 했다는 것 자체가 정치 판단 부족을 넘어선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실상 해당 행위"라고 비판했다.

원희룡 후보도 타운홀미팅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사건의 본질은 총선에 가장 민감한 악재였던 영부인의 가방 문재에 대해 당내 논의나 대통령실과의 논의로 부치지 않고 대답도 안한채로 뭉갰다는 것"이라며 "본인이 사과하겠다고 했으면 여당은 지지율 회복을 위해 사과를 어떤 수위로, 야당 공세에는 어떻게 해나갈지 충분히 숙의했어야 했다.정치를 기본부터 다시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윤상현 후보도 같은 자리에서 "김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이 가장 큰 이슈였고, 풀었어야 했다. 당사자인 영부인 문자가 왔으면 당연히 응대했어야 했다"며 "사적, 공적 관계를 나누는 게 아니라 당사자 이야기를 듣고 머리를 맞대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 후보는 사과하고, 원 후보는 조금 자제해야 하지 않겠나"며 한 후보와 원 후보를 동시에 비판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이철희의 주말뉴스쇼'와 인터뷰에서  한 후보의 김 여사 문자 무시 논란과 관련, "김 여사가 국민에게 사과할 의향이 있었다면 왜 한 후보 허락을 받아야 하느냐. 본인이 그걸 (사과)하지 않은 것도 이상하다"면서 "당과 상의할 수는 있지만 한 후보가 문자를 읽씹했다면 (사과)하면 되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영부인을 전당대회 득표에 이용하는 이기(利己)에 대해'란 제목의 글을 올리고 "영부인의 거취는 대통령실을 통해 당 중앙과 협의해야 한다"며 후과(後果·뒤에 나타나는 좋지 못한 결과)는 당과 영부인에게 남는다. 누가 전당대회에서 열세를 뒤집어보겠다고 이런 자해극을 벌인 것인지 그 짧은 안목과 위험함에 혀를 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당의 정무 결정이 대통령 부인이 개인 전화로 보낸 문자 등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국민들이 상상하도록 어리석은 장을 함부로 펼쳤다"며 "이 후과를 누가 과연 감당하게 되겠는가"라고 비판했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SNS에서 "영부인이 왜 이런 문자가 지금 공개되게 했을까. 무수한 문자가 오갔다는 설 등은 인사, 공천, 당무, 전당대회 개입으로 이어진다"며 "나아가 장관들에게도 무수한 통화, 문자 설이 분분하다. 국정 개입과 국정농단으로 번질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김건희 문자 파동이 정국을 강타하고 있다. 영부인과 정권 2인자 간의 권력투쟁, 폭로 정치 등 음모가 횡행한다"며 "주고받은 모든 문자를 김건희, 한동훈 두 분은 즉각 공개해야"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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