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팀 이끈 김기동 감독, FC서울 이적
제카·알렉스·그랜트·하창래 등 주축 선수 이탈
원클럽맨 박태하 감독 부임…시즌 초반 선두 질주
시즌 중반 연패 수렁 빠지며 리그 6위로 마감
울산HD와 첫 코리아컵 '동해안 더비' … 우승 '마침표'

프로축구 포항스틸러스가 11월의 마지막 날을 해피엔딩으로 장식했다.
포항은 지난달 30일 오후 3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4 하나은행 코리아컵 결승전 울산 HD와의 경기에서 후반 24분 터진 정재희의 동점골에 이은 1대1 균형을 이룬 가운데 펼쳐진 연장전에서 김인성의 결승골과 강현제의 쐐기골에 힘입어 3대1로 울산을 꺾고 코리아컵 정상에 올랐다.
포항은 이번 우승으로 대회 2연패 및 코리아컵 통산 6회 우승(1996년, 2008년, 2012년, 2013년, 2023년, 2024년)을 기록하며 코리아컵 우승 단독 1위로 올라섰다.
특히 이번 우승은 "포항스틸러스는 2024시즌 약체"라는 축구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이뤄낸 만큼 더욱 감격스럽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포항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지난 시즌 10년 만에 팀을 FA컵(현 코리아컵) 우승으로 이끄는 등 4년간 팀을 이끌었던 김기동 감독을 FC서울로 떠나 보냈다.
여기에 제카 · 알렉스 · 그랜트 · 하창래 등 주축 선수들이 이적하면서 전력이 약화됐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포항스틸러스가 K리그1 강등권에 속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김기동 감독과 주축 선수들의 이적에 2024시즌을 앞두고 위기에 처한 포항스틸러스는 원클럽맨으로 절대적인 레전드로 평가받고 있었던 박태하 감독을 선임했다.
하지만 박태하호 출범 후 전북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전에서 1무 1패(1차전 0대2 패·2차전 1대1 무)에 그치며 8강 티켓을 놓친 데다 프로축구 K리그1 2024 1라운드 개막전 울산HD와의 맞대결까지 패하면서 강등권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측이 현실로 다가오는 듯했다.
위기에 빠진 포항스틸러스는 대구FC와 포항스틸야드에서 홈 개막전을 펼쳤다.
포항은 대구FC에게 전반전 선취 골을 내주면서 끌려갔다. 하지만 후반전 전민광, 김인성, 김종우의 소나기골을 앞세워 대구에 3대1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박태하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후 안방에서 첫 승을 신고한 포항스틸러스는 이후 11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기록하며 선두를 내달리는 등 울산HD, 김천상무 등과 치열한 선두 경쟁을 펼쳤다.
예상과 달리 치열한 선두권 다툼을 펼치면서 박태하 감독 체제의 포항 축구가 대하드라마처럼 재미있다며 '태하드라마'라는 애칭까지 생겼다.
하지만 2024 K리그1 시즌 중반으로 접어든 9월 창단 첫 6연패 수렁에 빠지는 등 6위로 추락한 후 반등의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결국 포항스틸러스는 지난달 23일 강원FC와의 K리그1 최종전에서 0대1로 패하면서 상위 스플릿 중 최하위인 6위로 2024 K리그1 시즌을 마감했다.
당초 강등권이라는 예상과 달리 다음 시즌에도 K리그1 잔류를 확정지었지만 지난 시즌 준우승을 거뒀던 것과 비교하면 아쉬운 결과였다.
K리그1 최종전을 치른 포항스틸러스는 이후 2024-2025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리그 스테이지 5차전에서도 요코하마 마리노스를 상대로 0대2로 패하면서 ACLE 10위로 추락했다.
침체된 분위기가 이어진 가운데 포항스틸러스는 2024 K리그1 챔피언 울산HD와 사상 첫 '동해안 더비'로 치러진 코리아컵 결승 맞대결을 펼쳤다.
포항스틸러스는 경기 시작과 함께 울산HD와 치열한 공방을 펼쳤지만 전반 37분 울산 주민규에게 헤더 골을 허용하면서 0대1로 끌려갔다.
하지만 후반 24분 오른쪽 측면에서 정재희가 안쪽으로 파고든 뒤 왼발 슛으로 울산의 골망을 흔드는데 성공하면서 1대1 균형을 맞췄다.
이후 울산과 전,후반 90분 동안 승부를 가리지 못한 포항스틸러스는 연장 후반 교체 투입된 김인성이 연장 후반 6분 김종우의 크로스를 박스 안에서 환상적인 헤더 골로 마무리하며 리드를 가져왔다.
여기에 경기 종료 직전 강현제의 쐐기골이 터지면서 포항은 대회 2연패는 물론이고 코리아컵 최다 우승 팀이라는 타이틀까지 동시에 얻었다.
이로써 포항은 K리그1에서 6위에 머물렀지만 코리아컵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태하드라마'의 끝을 해피엔딩으로 마감했다.
특히 '구단 레전드' 박태하 감독은 부임 첫 시즌 코리아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박태하 감독은 경기를 마친 후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전반기에 좋았던 기억은 다 사라진 상황이었다. 결승까지 올라와서 울산과의 전적도 좋지 않았기에 만회해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는데, 모든 팬들에게 박수받을 수 있는 상황으로 마무리해 기분이 좋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