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규 칼럼리스트

예수님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다 하고, 석가는 80세에 오른쪽으로 누워 다리를 꼬고 입적하였다 공자는 천상의 소리를 듣고 침묵하며 유언을 남기지 않았다고 한다. 노자는 약 160살 이 되어 자연으로 들어간 이후 아무도 본 사람이 없다고 각각의 경(經)에 기록되어 있다. 죽음이 그들에게는 마지막 남아있던 자존심이었을 것이다. 모두 힘껏 살다가 마지막에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요즘 한때 세상을 풍미하던 많은 원로들의 별세 소식이 많이 들려온다. 세상을 주름잡던 분도, 왕을 했던 분도 엄청난 능력과 미모로 스크린을 휘어 잡던 영화배우도 모두 주어진 시간 앞에 자신의 한계를 드러낸다. 살다 보니 그날이 왔음일 것이다. 우리 인간의 삶 속에는 항상 죽음이라는 두 단어가 가까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런 죽음에 대한 공포가 항상 함께하는 아슬아슬한 시간의 다리를 건너 다니고 있다. 천수(天壽)! 성경을 보니 하늘이 인간에게 벌을 내린 시간이라 한다.
3월의 따뜻한 연휴에 현대판 고려장이라는 요양원에서 다시 고향 어머니 집으로 모신지 두 달이 조금 지난 것 같아 3일간의 연휴로 고향의 봄날도 그립고 어머님도 뵐 겸 고향 땅으로 달려 갔다. 고향 가는 길에서 평소에 효(孝)를 인간의 가장 근본으로 알아야 한다고 글을 써왔던 내 자신을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귀향길 웃음이 사라진다. “네 놈은 얼마나 효도를 했나? 말과 행동이 따로 노는 놈이 아니던가? 무지하고 참으로 몹쓸 놈이 네놈이 아니던가?” 많은 자문(自問) 자답(自答)을 하면서 어리석고 부끄러운 놈이란 자괴감이 떠나질 않으니 하늘에 호통소리가 들려왔다. 착하게 살아라! 선한 사람이 되라는 것이 서두에 네 분들의 성인들이 무지한 인간들에게 보낸 절절한 유서가 아니었던가! 악(惡)에서 선(善)으로~ 이치(理致)대로 내 생각만으로 살지 말고 지피지기(知彼知己) 하라!
2개월 전 요양원에 계시는 어머님을 뵈려 갔다. 칠순을 맞이한 자식이 어머니를 본 순간 마음이 풀어지고 내려 앉아 어머니께 조용하게 물었다 “어머니 여기 계속 있고 싶어요? “나 집에 가고 싶어! 나뿐 꿈도 꾸고 죽어도 집에서 죽고 싶다”는 어머니의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철렁 내려 앉아버렸다. 아! 큰 죄를 지었구나! 자식이 부담스러워 할까 봐서 말도 못하고 있었던 어머니의 심정을 왜 몰랐을까…효를 그렇게 말하던 사람이 말이다…..참된 효란 당신의 마음을 읽고 그 마음에 보답하는 것이거늘~ 우당은 그 동안 무얼 했는고? 겨우 한 두 번 찾아 뵙고 자신의 마음에 위안을 삼고, 요양원에서 잘 지내고 계신다는 어머니의 속 깊은 말뜻을 읽어내지 못한 큰 자식의 불효이었음을 깨닫고 보니 하늘 보기가 부끄럽기만 하였다. 사후 3년상도 한다는데…. 이후 동생들과 상의하여 본향 집으로 어머님을 다시 모신지 2달이 된다. 걸음걸이가 불편했던 요양원의 모습과 본향 집에서의 어머니의 모습은 생기가 돌았다. 넓은 “창 밖으로 보이는 고향의 따뜻한 모습이 너무도 좋다” 하시며 본향의 삶에 만족하시는 모습에 무거웠던 마음도 가벼워졌다.
어머니는 “내가 90평생을 살아보니 별거 없더라” 허나 나는 복이 있는가 보다” 하시며 오늘에 자신의 모든 삶과 마음을 정리하신 것 같았다. 부모란 항상 자식을 생각하는 것이고, 자식들에게 부담 주고 싶지 않는 마음 씀씀이가 때로는 거짓 아닌 거짓을 담아 힘들고 괴롭지만 “나 이곳에서 편하게 지낸다” 자식 편하게 해 주고 싶은 마음, 또한 자식 앞장 세우고 싶지 않은 마음뿐이라는 깊은 밤 어머니의 말씀에 부끄러워 어쩔 줄 몰랐던 기억이 있으니~ 나 또한 자식들 가진 부모인 봐 깊지 못한 내 몸과 마음을 잘 다스려야겠다는 생각이 깊었던 참 기억의 밤이 있었음이다.
인생의 시작이 있고, 중간의 과정이 있으며 그 끝인 결과가 있음을 본다. 어머니 뱃속에서 태아로 헤엄칠 때쯤 이놈이 죽지 않고 잘 살아날까 노심초사로 애간장을 태우며 살신성인(殺身成仁)하시던 어머니의 모습..그 “당시에는 홍역도, 장티푸스도 이질도 걸리면 죽는다는 공포심으로 혼신의 힘을 다했던 육아시절을 네가 잘 견뎌냈다. 벌써 일흔이 넘었으니”…라며 내 손을 잡으시는 어머니의 눈에 눈물이 글썽이고 있었다. “이제 그만 자자 눈 좀 붙여야겠다”. 그리고 우린 두 손을 잡고 영혼의 세계로 들어 갔다.
어머님을 본향 집에 모시기전 안방에 나뿐 기운들이 지나간다고 사전에 기(氣)관리를 하고 어머님을 모시라는 기성 원장님의 말씀대로 집 주위와 안방에 음기(陰氣)가 강한 방을 양기(陽氣)가 가득한 땅으로 바꾸는 명당(明堂) 잠자리를 만들고 나서야 어머님을 모셨다. 잠도 잘 잔다는 어머님의 말씀을 빙긋이 듣고 가만히 일어나 금세 주무시는 어머님의 모습을 보며 정말 70년 만에 효도를 했구나! 라는 감히 혼자만의 생각을 하며 조용히 방문을 열고 앞마당으로 나왔다. 촘촘히 박혀있는 수 많은 별들을 본다. 언젠가 나의 어머님도 저 하늘의 별처럼 그곳으로 가실 때까지 오랫동안 평안하게 본향 집에서 사시길 간절히 기도해본다. 멀리 하늘 밤이 정처 없이 시간을 넘어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고 있었다. 밝은 달빛이 함께 빛나는 참 아름다운 밤이었음을 고백하며, 평화로운 행복한 삶들이 그래도 있으니 살아보니 감사하고 고마운 아름다운 세상이 있음을 세상 사람들에게 고백해 본다. “지성(至性)이면 감천(感天)이라” 매사에 모든 것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마음이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시작이 됨을 오늘밤에 절실히 깨달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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